by류성 기자
2015.01.02 03:00:00
''끊임없는 혁신''만이 기업장수 보장
[이데일리 류성 벤처중기부장] “사람이 오래 살려면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듯, 기업도 힘들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한 길로 매진해야 장수할 수 있습니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을유문화사 정무영(71 )대표는 장수하는 인간과 기업은 많이 닮아 있다고 간파했다. 정 대표는 지난달 2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기업이나 사람 모두 과욕은 단명을 부르고, 지족(知足)과 꾸준한 체력관리가 장수의 지름길”이라는경험에서 우러나온 혜안을 제시했다.
을유문화사는 대한민국이 일제로부터 광복한 해인 1945년에 탄생한 ‘광복둥이’로 국가대표 장수기업으로 손꼽힌다. 을미년(乙未年) 청양의 해인 2015년, 사람으로서는 예로부터 보기 드문 나이인 고희(古稀.70세)를 맞이했다.
지난해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1세를 넘어서면서 고희는 이제 보기드문 나이가 아닌 시대가 됐다. 하지만 기업수명의 관점에서 보면 고희는 여전히 도달하기 힘든 장수를 상징한다. 국내에서도 고희를 맞이한 기업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찾기 힘들다. 올해 고희를 맞이한 대표적 기업으로는 아모레퍼시픽(090430), SPC그룹(삼립식품(005610)), 한진그룹, 대웅제약(069620), JW중외제약(001060), 노루페인트(090350), 삼아제약(009300), 대한약품(023910) 등이 있다.
을유문화사처럼 작지만 내실을 기하며 ‘건강한’ 고희를 만끽하고 있는 강소기업들도 눈여겨 볼 만하다.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빵집인 군산의 이성당, 진주의 명물 냉면집 하연옥, 서울 최초의 액자제조회사인 남광사, 대동벽지, 국수의 대명사인 부흥국수, 온도계와 안마의자 외길을 걸어온 복정제형 등이 대표적이다.
1945년 일제강점기에서 갓 벗어나 폐허가 된 한반도에서 맨주먹으로 기업을 일으켜 세운 후, 강산이 7번이나 바뀌는 장구한 세월을 견뎌온 이들 장수기업을 관통하는‘ 장수 DNA’는 뭘까.
“국수의 맛을 끊임없이 개량하는 것이다. 고객이 맛있다는 칭찬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맛을 변화시켜온 것이 70년 전통유지의 비결이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70년째 국수를 뽑고 있는 부흥국수의 권완구(53) 대표는 ‘멈추지 않는 혁신’을 장수의 핵심비결로 꼽았다. 그는 국내에서 최고의 맛을 인정받는 국수를 만들면서도 스스로를 ‘국수 장인’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장인은 배운대로, 정해진 대로만 하지 변화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러면서 “스승님께 처음 배웠던 국수제조 방식을 고수했다면 지금은 망했을 것”이라며 “변화야 말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 진정한 스승”이라고 귀띔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 혁신을 실천하는 기업문화.’ 비단 권 대표 뿐 아니라 70년 장수기업 대표들이 이구동성으로 첫 손에 꼽은 장수DNA다.
지난해 매출 4조원을 넘기며 국내 화장품 업계의 신화로 자리잡은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52) 회장은 “신뢰와 혁신의 DNA가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한순간도 혁신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전남 순천에서 장류 사업으로 70년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오상호(43) 매일식품 대표는 장수비결이 된 혁신을 ‘창의노력’으로 표현했다. 오 대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실천해온 시장개척의 노력, 신제품 개발의 노력, 연구개발의 노력, 품질관리의 노력이야말로 장수비결”이라고 강조했다.
70년 장수기업 오너들이 들려주는 장수비결은 색다른 게 아니고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이다. 100세를 넘긴 사람들이 전해주는 비결 또한 특별한 게 없다. 소식(小食), 규칙적 생활, 금연 등 모두가 아는 건강철칙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요컨대 기본철칙을 철저하게 이행하는 것만이 기업이나 인간이 장수를 보장받는 유일한 비법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