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X파일]2014년 울고 웃은 회장님들

by김현아 기자
2014.12.12 00:21:4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2014년 ‘청마(靑馬)의 해(甲午年)’의 해도 저물어 가고 있다. 올 한해 경제계는 청마처럼 거침없이 질주해 나간 기업도 있었지만, 총수들의 잇따른 구속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하면 예기치 않은 실수로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여름을 지나면서 ‘경제살리기’ 모드로 전환된 면도 있었지만, 내년에도 경기 침체의 먹구름은 여전할 전망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좌),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우)
2014년은 김승연 한화(000880) 회장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뒤 병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다가 올해 2월 파기환송심에서 극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후 300시간 봉사활동 명령을 끝내고, 삼성과 삼성테크윈 등 4개 회사에 대한 거래규모 2조 원의 빅딜을 성사시키더니, 최근 이라크로 날아가 사미 알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 의장을 만나 비스마야 신도시 내 학교, 병원, 관공서, 전력과 상하수도 등 20억 달러(약 2조 2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시설 공사 계약을 논의하기도 했다.

다음카카오(035720) 김범수 의장 역시 올해의 인물이다. 다음과의 전격 합병을 통해 시가총액 7~8 조 원의 메머드 급 인터넷 대기업을 탄생시켰다. 덕분에 다음카카오 지분 21.79%를 가진 김범수 의장은 지분가치가 연초 대비 1천억 원에서 1조 9700억 원으로 18배나 뛰면서 30대 주식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황창규 KT(030200)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005490) 회장은 올해 취임한 뒤 인력 및 사업구조 효율화를 통해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다진 한 해로 평가되며, 구본무 LG(003550) 회장은 ‘G3’의 성공에 힘입어 스마트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090430) 회장 역시 올 한해 주식가치가 2조 7200억 원에서 6조 8400억 원으로 151.7%이나 늘어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6조 2000억 원)을 제치고 주식부자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이건희 삼성 회장(12조 900억 원)이다.



조양호 한진 회장(좌)과 이건희 삼성 회장(우)
조양호 한진 회장은 맏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때문에 숙원이던 광화문 송현동 호텔 건립까지 어려움에 부닥칠 위기다. 조 회장은 ‘땅콩 회항’ 논란을 일으킨 조 부사장의 사표를 수리했지만, 국민 여론은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경복궁 옆에 호텔을 짓지 못한 상황을 암 덩어리 규제로 명명했던 데에서 허락하지 않는 방향으로 견해를 바꿨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연 쓰러진 뒤 반년 넘게 병석에 누워 있다. 여전히 와병 중인 가운데,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분기당 영업이익이 4조 원대로 반토막 나는 등 이 회장의 빈자리가 컸던 한 해였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전 국회의원)도 갑오년이 편하지만은 않았다.엔저에 따른 피해가 현실화하는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연초 수립한 786만 대 판매 실적을 14만 대 이상 초과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나, 연비 논란과 한전 부지 고가 매입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상징인 현대중공업이 임원 31%를 줄이는 등 고강도 개혁을 한 일도 아픈 기억이다.

대기업 총수 중 가장 오랜 기간 구속수감 중인 최태원 SK 회장과 건강 악화로 병원에서 대법원 상고심 재판을 받게 되는 이재현 CJ 회장에게도 2014년은 가속한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