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주 의원 "원전은 선택의 문제..국민에게 기회 줘야"

by이승현 기자
2014.10.13 00:54:27

'과학자' 출신 민 의원 인터뷰.."미래부, 이름에 맞게 '미래 계획' 주력해야"
"나는 '실무형 국회의원'..비정규직·예산제약 등 출연연 현안 꼭 해결하고 싶어"

[이데일리 이승현·김현아 기자]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욱 기자
한국이 독일처럼 당장 ‘탈핵’(脫核)을 선언할 수 있을까. 민병주(55) 새누리당 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대전 유성구 당협위원장)은 객관적 자료와 수치를 근거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민 의원이 원전을 무조건 유지 혹은 강화해야 한다는 쪽은 아니다. 그는 “원전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원전이) 아무리 경제성이 있어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에너지원 다양화와 경제적 파급효과, 고용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에너지 믹스(mix) 시나리오’를 국민에게 내놓고, 공론화를 통해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한 토론회에서 만난 게 인연이 돼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보기 드문 여성 과학자이자, 실무 경험이 풍부한 탓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선임 때마다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그는 과학기술 주무부처인 미래부에 대해선 경제·산업 부처처럼 당장의 실적에 매달리면 타 부처를 절대 당해낼 수 없다며 본업인 ‘퓨처플래닝’(미래계획)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관심을 두는 것은 과학자의 객관적 접근방식을 정치인의 정무적 감각과 함께 녹여내 창조경제를 앞당기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자신을 ‘실무형 국회의원’으로 표현하는 그는 얼마 전부터 당내 보수혁신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는 국회 의원회관의 민 의원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국회에서 드문 과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우연한 기회에 역할이 주어졌다. 지난 2011년 당시 박근혜 의원이 주최한 과학기술 관련 토론회에서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과학기술로 안전과 복지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이 대통령과 비슷했던 것 같다. 과학기술계를 대표하지만,이 분야 이해당사자들만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 여성 과학자이자 정치인이기도 하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는 보육문제와 경력단절 문제가 심각하다. 미래부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그는 최근에 출산휴가 급여의 신속한 지급을 위해 ‘사후신청·사후지급’인 현재 방식을 ‘사전신청·적시지급’으로 바꾸는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 미래부 역할은 뭐라고 보는가.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창의사업추진단장’을 맡아 공약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과학기술 기반의 창조경제’였는데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ICT 융합만 보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패러다임 전환을 하려면 생각과 함께 제도와 시스템도 바뀌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인프라 관련 법을 바꾸어야 한다. 미래부에 고용창출이나 창업 개수, 펀드 조성 등을 목표로 잡지 말라고 얘기했다. 미래부가 각 분야 산업 진흥에만 ‘올인’하거나 다른 경제부처처럼 통계 자체를 목표로 하면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을 당할 수 없다.

미래부 역할은 이들 경제부처가 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또 부서이름에 걸맞게 ‘퓨처 플래닝’을 잘해야 한다. 30~50년 후에 대한 퓨처 플래닝을 통해 어떤 과학기술의 발전이 필요한 지 예측하고 이를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정리해 각 부처에 제안해야 한다.

-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미래부의 과학기술 정책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고 본다.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보다는 가시적 성과에만 급급한 것 같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기타 공공기관 제외 노력도 미진해 보인다. 또 연구원 정년문제와 연금문제, 여성과학기술인이 겪는 보육문제와 경력단절 문제, 비정규직 문제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 등에서 미래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5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통합출범으로 출연연구원 간 융합연구를 활성화하고 연구원에 대한 지원기능을 내실화한 것은 잘하는 부분이다.



- 현 정부에서 과학기술계가 소외되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정부 출연연구원 등에서 과학자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어찌 보면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우리 과기계는 각자의 연구성과를 중시하는 풍토가 너무 강해서 서로 뭉쳐서 기술을 상용화하거나 잘못된 정책을 바꾸는 등의 노력을 게을리 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 ‘소프트웨어(SW) 중심사회’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하나.

△패러다임 전환시점에선 기초가 중요하다. 지난해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SW 교육센터 등의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SW 교육을 잘 하려면 이러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먼저 수학과 과학교육이 잘 돼야 한다. 기초적인 논리력이나 수학능력 없이 코딩교육을 하면 과거의 키펀치 교육(단순 기능교육)과 다를 바 없다. 알고리즘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외국의 IT 기업들은 수학적 백그라운드가 좋은 사람을 채용한다.

- 인재양성을 위해 우리가 참고할만한 해외 사례는.

△캐나다의 워털루대학(Univ. of Waterloo)은 공대 중심 대학이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대학 출신을 많이 채용한다고 해서 유명해졌다. 4개월 공부하고 4개월 산업체에서 일하고 다시 4개월 공부하고 4개월 일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론으로 배운 것을 현장에서 적용한다. 이론과 현실이 매칭된다. 학생들은 졸업 후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 대기업, 연구소 등 어느 곳에 갈지 정한다. 정부의 공대혁신 방안과 연계해 우리 현실에 맞게 적용하려고 한다. 이건 학부 중심이고 학생 중심이다. 미래부에 시범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의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욱 기자
- 원자력 전문가이다. 원전 문제 접근법은.

△환경단체에서 탈핵을 선언한 독일 얘기를 많이 한다. 에너지수급 시스템을 보자. 독일은 설비예비율이 51.1%인데 원전 비율은 12.7%밖에 안 된다. 원전을 정지해도 다른 발전원으로 충분히 전기공급이 가능하다. 우리는 설비예비율이 6.7%인데 원전 비율은 22.8%다. 원전 정지하면 당장 전기가 많이 모자라는데 어디서 충당할 것인가가 문제다. 여기서 선택의 문제가 나온다.

원자력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경제성이 있어서 쓸 것이냐 혹은 경제성이 있어도 쓰지 않을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아무리 경제성이 있어도 사용 못 한다. 지난해 정부가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만들 때 에너지원 다양화와 경제적 파급효과, 고용률 등을 모두 고려한 ‘에너지 믹스(mix) 시나리오’를 국민에게 알려 선택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제 공론화를 통해 국민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 국민이 에너지 비용을 내기 때문이다. 원전 찬성론자들은 반핵단체가 문제 제기를 하면 대응 자체를 하지 않는데 그런 단계는 지난 것 같다. 국민이 이제 많이 알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다.

- 통신요금인가제 폐지 등 통신정책에 대한 입장은.

△기본적으로 요금경쟁 활성화를 통해 국민의 통신 요금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다만 가격담함 등 부작용을 고려해 사후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차후 통신시장의 경쟁상황과 발전 정도를 판단해 인가제 폐지 여부를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 꼭 현실화하고 싶은 과학기술 법안은 무엇인가.

△지난해 2월 출연연구소를 기타 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출연연구소가 비정규직 문제와 예산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고 자유롭고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해 창조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관련 입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차기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전 유성에 나가기로 했다. 어려운 지역인데 내가 도전의식은 있는 것 같다. 소신대로 하고 국민이 이해해주면 만족하겠다. 선거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될 지 모르지만 선거판도 깨끗하게 바꿔보고 싶다.

민 의원은 “나는 원자력연구원 말단 연구원 등 바닥부터 경험했는데 연구만 하지 않고 대외활동의 기회도 주어져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여기서 실무차원의 어려움을 많이 체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이 바꿔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