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실연비가 더 높은 車' 쉐보레 말리부 디젤
by김형욱 기자
2014.03.24 05:00:00
한달만에 연간 판매목표 돌파 ''흥행몰이''
가솔린-하이브리드-디젤 ''3파전'' 결과는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심상찮다. 한국GM이 이달 중순부터 판매한 중형 세단 쉐보레 말리부 얘기다. 정확한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출시 한 달도 안 돼 계약 대수가 연간 목표치를 넘었다고 한다. 회사는 부랴부랴 독일산 엔진과 일본산 변속기 추가 확보에 나섰다.
국산 중형 세단 시장의 구도가 바뀌었다. 이전엔 어디까지나 가솔린 대 가솔린의 싸움이었으나, 이번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디젤이 맞붙는다. 현대차(005380)는 24일 가솔린 엔진의 7세대 신형 쏘나타(LF쏘나타)를 내놓는다. 기아차(000270)는 K5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을 낮췄고, 한국GM은 쉐보레 말리부에 디젤 모델을 추가하며 맞불을 놨다.
최초의 국산 주력 중형 디젤 세단인 쉐보레 말리부 디젤을 지난 19일 강원도 홍천에서 강릉까지 한계령을 넘는 132.2㎞ 구간에서 체험해 봤다.
“표시보다 높은 실연비에 놀랄 것이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의 호언장담은 틀리지 않았다.
| 쉐보레 말리부 디젤 주행모습(전측면). 한국G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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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말리부 디젤 주행모습(후측면). 한국G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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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비 측정 결과 오르막 구간에서만 13㎞/ℓ대를 찍었다. 내리막을 포함한 전체 연비는 17㎞/ℓ대였다. 복합연비 13.3㎞/ℓ(도심 11.9㎞/ℓ, 고속 15.7㎞/ℓ)보다 높았다. 시승 코스가 막히는 도심은 아니었지만, 험준한 산길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인상적이다. 특별히 연비에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힘도 말리부 가솔린 모델보다 세다.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35.8㎏·m다. 2000만원대 대중 세단이란 걸 고려하면 충분하다. 시속 100㎞ 이상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감을 느꼈다. GM 산하 독일 오펠의 배기량 2.0리터 디젤 엔진에 일본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전륜구동)가 조합됐다.
게다가 조용하다. 가솔린 모델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고급 독일 디젤 세단보다 조용하게 느껴진다. 흡·차음제를 대폭 보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차이기 때문에 3년 이후를 장담할 순 없지만, 최소한 신차 품질 면에선 합격점이다.
디자인과 편의사양은 기존의 말리부와 똑같다. 말리부가 쏘나타·K5 같은 경쟁 모델과 비교해 국내 소비자에게 많이 선택받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면 단점인 셈이다. 특히 강인한 앞모습과 달리 뒷모습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편의사양은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시승한 디젤 최고급 모델 말리부 디젤 LT디럭스는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사이드미러에 사각지대 경고 표시등 같은 옵션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은 3D가 아닌 2D이고, 사각지대 경고 표시등도 시각적으로 약한 편이다. 가솔린 엔진 최고급 모델인 LTZ가 디젤에서는 빠진 게 아쉽다.
조작 키가 터치식인 것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주행 중 작동을 위해선 터치식보다는 명확한 버튼식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