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지먼트]⑤일년에 4번 전직원 백화점 옷쇼핑 지원

by류성 기자
2014.02.14 06:00:00

직원들의 ''오늘의 즐거움''이 경영 모토
결혼, 출산시에는 회사가 1000만원씩 지원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사장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최규상 한국유머전략연구소장] “‘오늘’ 즐거운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안준희(33) 핸드스튜디오 대표가 최우선하는 경영철학은 ‘내일이 아닌 바로 오늘 이 순간, 모든 직원들이 즐겁고 행복한 것’이다. 안 대표는 미래를 약속하며 직원들에게 오늘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경영자들을 믿지 않는다. 나중에 회사 수익이 커지면 직원들에게 보상해주겠다는 경영자들의 약속은 대부분 ‘공수표’로 끝난다는 게 안 대표의 신념이다.

핸드스튜디오의 경영 모토 또한 ‘오늘의 즐거움’이다. 직원이 결혼하거나 여직원이 자녀를 출산하면 각각 1000만 원씩을 회사에서 지원하는 것도 직원들의 즐거움을 위해서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언감생심일 정도로 지원규모가 파격적이다. 회사는 매년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지만, 직원들의 애사심이 배가되는 것을 감안하면 효과 만점이라고 안 대표는 강조한다. 애사심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제도로 인해 직원들이 회사가 재미있고 즐거운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때 뿌리를 내린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핸드스튜디오는 국내 대표적 스마트 TV 애플리케이션 개발 전문업체다. 직원 43명이 지난해 매출 37억 원을 거뒀다. 올해는 50억 원 돌파를 기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벤처업체다. 삼성전자, 휴맥스, LG전자, 아마존, 네이버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2010년 한동대 출신 대학 동기 4명과 함께 핸드스튜디오를 창업했다. 휴렛과 팩커드가 의기투합해 휴펫팩커드를 창고에서 창업할 때처럼 사업 아이템도 정하지 않고 일을 벌였다. “우리끼리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보자”는 마음 하나로 회사를 세웠다. 대부분 대기업 등에서 직장 생활을 3년 가량씩 경험한 상태였다. “회사 생활이 예상했던 것보다 즐겁지 않아 뛰쳐 나왔습니다.” 현재 주력 사업인 스마트 TV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창업 후 몇 달이 지나 우연히 보게 된 구글의 TV 애플리케이션 소개 동영상이 계기가 됐다.

핸드스튜디오는 전직원을 1년에 4차례 백화점으로 데려가 회사비용으로 의류 쇼핑을 하게 하는 행사를 정례화하고 있다. 안준희 대표가 회사 로고 옆에서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류성 산업 선임기자
이 회사 직원들은 옷 걱정을 별로 하지 않는다. 회사가 전 직원을 1년에 4차례 백화점으로 데려가 의류 쇼핑을 하도록 하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벌이고 있어서다. 이때 회사는 한 번 쇼핑가는데 직원 한 명 당 20만 원 정도를 의류비로 지원한다. 단 조건은 1시간 내 직원마다 자신이 사고 싶은 옷을 골라야 한다. 의류 쇼핑을 마친 다음에는 회사에 들어와 패션쇼를 열고 베스트 및 워스트 드레서를 각각 뽑는다. 선정된 직원들에게는 또 상품권을 지급한다. 얼마 전 입사한 한 신입사원은 “철마다 열고 있는 패션쇼에 참여하고 싶어 입사했다”고 말할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직원들의 재미와 행복을 최우선하는 핸드스튜디오지만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게 있다. 동료끼리 싸우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다. 금기사항이다. 이 원칙을 어긴 직원은 회사 경영진이 직접나서 ‘퇴사’ 조치를 내린다. 안 대표는 “즐겁고 행복한 직장생활을 방해하는 대표적 행위가 직원끼리 싸우고 대립하는 일”이라며 “모든 직원들이 즐거운 회사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필요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년 전 한 직원은 이 원칙을 깨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아침은 물론 점심, 저녁 식사 비용을 회사에서 모두 부담하는 규칙도 이채롭다. 동료들끼리 항상 식사를 함께하도록 권장해 직원 간 단결심, 신뢰감을 높이기 위한 의도에서다. 안 대표는 “함께 식사를 하면서 길러진 동료애가 회사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회사 업무와 관련해서 직원들은 단 한 푼도 자기 돈을 써서는 안된다”는 게 안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식사 후 마시는 커피 값도 모두 회사가 부담한다. 직원들이 회사 돈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법인카드 10장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직원 4명당 한 개의 법인카드를 나눠 갖고 있는 셈이다.

직원들의 단합과 동료애를 높이기 위해 아예 성격과 적성별로 전체 직원들을 두 팀으로 쪼개 운영하고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격유형검사인 MBTI 테스트를 실시한 뒤 목적 주도형과 과정 및 관계 중시형으로 직원들을 나눴다. 이 두 팀은 회사 사무실 건물 층수도 서로 달리한다. 직원들이 늘어나면 또 다른 팀을 성격별로 추가할 계획이다.

“회사가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수익을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 안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수익을 내는 데만 집중하고 이 수익을 회사 구성원 및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소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회사 수익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를 고민하다 ‘펀 경영’을 통한 직원들의 행복실현이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기업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다. 구성원들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게 최종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재미있고 행복해하는 직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안 대표의 확고한 철학이다. 그는 ‘펀 경영’의 미래에 대해서도 밝게 전망했다. 젊은 경영자 중심으로 사업이나 기업을 통해 수익보다 자신의 가치와 존엄성을 높이는 걸 중시하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가 ‘오늘의 즐거움’을 고집하는 데는 젊은 직원들의 취향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이 회사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28세다. “요즘 젊은이들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려는 어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젊은 직원들은 오늘이 즐겁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회사가 먼저 이들을 즐겁게 해줘야 회사도 잘 돌아간다.” 안 대표는 이런 특성을 갖춘 젊은 직원들을 ‘합리적 거래를 하는 세대’라고 규정했다.

모든 공식행사는 근무시간에만 가능하도록 한 회사 규정도 직원들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한 배려다. 그러다 보니 주말이나 주중 근무시간 이후 직원들은 회사의 각종 공식행사로부터 완벽한 자유를 누린다. 토요일이나 근무시간 이후에 공식행사를 잡는 것을 당연시하는 다른 회사들과는 대조적이다.

매달 하루씩 전 직원이 일을 하지 않고 즐거움을 찾아 나서는 이벤트인 ‘핸즈 업 데이’ 행사도 첫째 주 금요일에 열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 직원이 강원도의 한 스키장에 다녀왔다. 이때도 근무시간이 끝나는 오후 7시 이전에 직원들을 서울로 데려와 해산시켰다. 이 회사는 오전 10시가 출근 시간이어서 퇴근 시간이 다소 늦은 편이다.

‘펀 경영’을 위한 다양한 제도 가운데 안 대표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직원들의 부모님과 함께하는 연말 송년회다. 이 행사에서 회사는 직원들과 직원들의 부모님을 1박2일 동안 국내 최고급 호텔에서 함께 보내게 한다. 물론 모든 비용은 회사가 부담한다. 지난해 연말에도 1억 원을 들여 송년회를 치렀다. 지난해 매출의 2.7%를 이 행사 하나에 지출한 셈이다. 송년회의 하이라이트는 직원마다 부모님께 감사의 뜻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 줄 때라고 한다. 이 순간 행복과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않는 부모가 거의 없다는 게 안 대표의 귀띔이다.

회사가 세끼 식사비와 일 년에 4차례 의류비를 지원하니 직원들의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의(衣)와 식(食)은 상당 부분 해결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안 대표는 요즘 나머지 주(住)에 대한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안 대표는 “매출이 100억 원을 돌파해 회사 자금 여력이 더 커지면 사원아파트를 마련,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지원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규상 소장의 유머콕칭!]

1. 사람을 남겨라.

최인호는 저서 ‘상도’에서 장사란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 했다. 안준희 대표는 사람을 남기기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선택했다. 오늘 직원들과 즐거워야 한다는 철학이 사람을 불러들이고 성과까지 남기고 있다. 당신의 회사는 사람을 남기는가, 상품만을 남기는가?

2. 즐거운 직원이 즐거운 결과를 만든다.

명지대 김정운 교수는 ‘기분 좋음’은 정서 자본이라고 했다. 즐거운 직원은 자본 중에 가장 파워풀한 자본이다. 무엇보다 CEO의 즐거움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마음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지혜가 중요하다. 직원들의 즐거운 욕구를 관찰하는 것이 ‘퍼니지먼트’의 시작이다.

3. 웃음포인트를 강화하라.

복이 오면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직원들끼리 회의에서 한번 웃고 시작하기, 유머게시판 운영하기, 직원들에게 유머SNS보내기 등 깨알 같은 즐거움을 만드는 유머문화에 도전해보라. 작은 업무상의 즐거움이 직원들끼리의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좋은 결과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