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셧다운 악재` 반락..다우 1만5천선 붕괴

by이정훈 기자
2013.10.08 05:20:06

3대지수 1% 미만씩 하락..공포지수 10% `껑충`
에너지-금융주 동반 약세..블랙베리는 큰폭 반등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반등 하루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별다른 이슈가 없는 가운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과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시장 발목을 잡았다.

7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대비 136.34포인트, 0.90% 하락한 1만4936.24로 장을 마감하며 다시 1만5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도 37.38포인트, 0.98% 내려간 3770.38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거래일보다 14.38포인트, 0.85% 떨어진 1676.12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로존에서 별다른 경제지표 발표가 없는 가운데 셧다운이 1주일을 훌쩍 넘긴 가운데서도 공화당이 클린 임시 예산안(clean CR)을 무조건적으로 통과시킬 수 없다고 버티면서 장기화 우려가 커졌다. 또 이에 따라 일부 월가 금융기관들은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그나마 진 스펄링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이 공화당이 요구하는 일시적인 부채한도 상한 증액안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 지수 낙폭을 제한시켰다.

아울러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부채한도 상한 증액이 불발되더라도 미국이 디폴트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다소 위안이 됐다. 또 그리스가 새해 예산안에서 7년만에 첫 경제 성장세를 전망한 것도 힘이 됐다.

흔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지수는 하루만에 10% 뛰어 18선을 웃돌았다. 대부분 업종들도 하락한 가운데 특히 에너지와 금융주들이 부진한 모습이었다.

하루 뒤 3분기 어닝시즌의 첫 테이프를 끊게 되는 최대 알루미늄 업체인 알코아가 모건스탠리의 투자의견 하향 조정으로 인해 % 하락했다. 또 이번주 실적 발표에 나설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 등도 동반 하락했다.

반면 애플은 제프리스가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한 덕에 0.98% 올랐고, 캐나다 스마트폰 업체인 블랙베리는 시스코와 구글, SAP, 삼성전자(005930) 등이 회사 전체 또는 부분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보도 덕에 5% 가까이 급등했다.

또한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도 국방부가 대부분 무급휴가자들을 업무에 복귀시키기로 함에 따라 1% 가까이 상승했다. 동종 업체인 레이테온과 노스롭 그루먼 등도 덩달아 상승했다.

◇ 오바마, 또 “협상불가”..단기증액안 수용 조짐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이 벌써 1주일을 넘겨 장기화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또다시 이 사안에 관한 한 협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백악관 최고위층에서는 공화당이 주장하는 일시적인 정부 부채한도 상한 증액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 막판 타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낳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정부 셧다운이 계속되는 가운데 열대성 토네이도인 ‘카렌’으로 인해 경보를 내린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깜짝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경제적 재앙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어떠한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하원에서 오바마케어 예산을 포함한 소위 클린 임시 예산안(clean CR)을 통과시킬 수 있는 충분한 표가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며 “표결을 요구하고, 또 즉각 표결에 나서보면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며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압박했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공세를 굽히지 않는 가운데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의회내 3분의 2가 반대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정부 부채한도 상한을 증액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가지도록 하는 법안을 이르면 이날중 발의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지난 2011년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발의했던 법안으로, 상원은 이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한 절차표결을 이르면 11일중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내에서는 공화당이 요구하는 일시적인 부채한도 상한 증액을 수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처음으로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진 스펄링 백악관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은 ‘폴리티코’지가 주최한 조찬 행사에서 “경제의 확실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부채한도 상한 증액을 선호하지만, 이는 의회에 달려있는 만큼 일시 증액안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셧다운 ‘벌써 1주일’..美 4Q 성장전망 하향 본격화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이 1주일을 넘기면서 이로 인해 미국 경제 성장률에도 악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월가에서 가장 먼저 미국의 올 4분기(10~12월)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0%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에단 해리스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를 포함한 시장 전문가 대부분은 셧다운 초기만해도 그 기간이 워낙 짧아 4분기 GDP 성장률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으로 에상했었다”면서 “그러나 셧다운이 벌써 1주일을 넘긴 상황에서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만큼 당초 가정이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리스 이코노미스트는 “하향 조정된 2.0% 성장률 전망치도 셧다운이 2주일간 이어지면서도 정부 부채한도 상한 증액은 제 때 합의될 것이라는 가정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해 셧다운이 더 길어지거나 부채한도 상한 증액이 실패할 경우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또 상황에 따라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진 않았지만, 소시에떼 제너럴 역시 “셧다운이 2주일간 지속된다면 4분기 성장률은 0.25~0.50%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해 정치권 합의가 없을 경우 이번주 후반쯤에는 하향 조정이 현실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 무디스 “美 부채증액 불발돼도 디폴트 없을 것”

미국 정치권이 정부 부채한도 상한 증액에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미국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가 전망했다.

레이먼드 맥대니얼 무디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미국 정부가 보유한 현금과 자금조달 특별조치가 모두 소진되는 17일 이전에 부채한도 상한을 증액하길 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7일 이전에 합의가 이뤄지길 원하지만, 설령 이 때까지 한도 증액이 이뤄지지 않는다해도 미국 재무부는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 등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무디스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제시하면서 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부여하고 있다.

한편 맥대니얼 CEO는 “시장이 현재 이에 대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그 이유로 지난 2011년 8월의 부채한도 상한 증액 협상에서의 막판 타결에 대한 기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정책 당국자들은 시장에서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에나 행동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 시장 동향이 그 시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우리 투자자산 위협말라”..中정부, 美에 디폴트 방지 촉구

미국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가 벌써 1주일을 넘긴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최대 투자국인 중국이 자신들의 투자자산을 보호하라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광야오(朱光耀) 재정부 부부장(차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중국과 미국은 서로 뗄레야 뗼 수 없는 관계”라고 전제하며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미국 정치권은 중국이 미국에 투자한 자산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지난달부터 미국에서 재정정책과 관련된 정치권 교착상태가 불거진 이후 중국 정부가 첫 번째로 내놓은 공식 반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브리핑 내내 미국 정부와 의회간의 대립양상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주 부부장은 “중국은 미국에 대해 엄청난 규모의 직접투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국채도 엄청난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도 현재 상황에 대해 중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점과 중국의 투자자산 가치를 확실히 보호해 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말 현재 중국은 미국 국채를 1조2800억달러 어치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투자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