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FTA에도 공짜 점심은 없다

by조용만 기자
2011.10.17 12:21:00

[이데일리 조용만 기자] 며칠전 지인들과의 저녁 자리. 이명박 대통령 방미 활동을 전하는 뉴스의 기세가 하도 등등해 눈길이 자연스레 TV 화면쪽으로 쏠렸다. 13년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이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45차례 박수를 받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극진한 예우와 환대를 하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하루전 미국 상·하원이 압도적 찬성으로 한미 FTA 이행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은 이미 조간들 헤드라인을 화려하게 장식했었다.  

TV를 보던 친구 왈(曰). “역사가 진보하는 게 맞아? 난 (역사가) 반복된다는 데 한표 찍겠어. 미국서 극진하게 대접받는 한국 대통령, 저 장면 언젠가 본 것 같지 않냐”

친구의 데자뷔는 2008년 4월에 닿아있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후 첫 방문국으로 미국을 택했고, 4월19일 미국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 대통령들중 처음으로 캠프 데이비드에서 묵은 대통령은 1박2일간 전례없는 환영을 받았다. 부시 대통령을 옆에 태우고 골프 카트를 운전하거나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한 사진들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부시 부부가 별장서 펼친 감동적 접대에 이 대통령 내외가 깜짝 놀랐다는 후일담도 한동안 소개됐다.



미국에서 받았던 환대는 귀국후 엄청난 역풍으로 변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쇠고기 협상이 전격 타결됐다는 점은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해 5월 광화문 촛불시위가 어땠는지 기억하고 있다면 쇠고기 개방에 대한 범국민적 저항, 출범 첫해에 벼랑끝으로 몰린 정부,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거론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던 대통령 모습을 굳이 상기시킬 필요는 없겠다.  

올해 방미의 핵심 이슈였던 FTA 비준은 2008년 정상회담에서도 논의가 됐었다. 부시 행정부에서 결실을 맺지 못한 이 해묵은 현안은 지난주 이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어찌나 빨랐던지 미국 역대 FTA 법안중 최단 기일내 의회 통과라는 기록도 남겼다.

미국측이 어떤 의도로 이같은 파격과 예우를 택했는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속을 들여다 볼 순 없지만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코멘트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파는(수출하는) 만큼 미국 제품을 사는(수입하는) 것, 이것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이다. 미국인들이 현대차·기아차를 산다면 한국인들도 미국서 만든 쉐보레와 포드를 사야 한다”고 했다.

지난주 이 대통령과 함께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고, GM은 미국 자동차의 자존심이다. 정치적 상징성도 그만큼 높다. 오바마 대통령의 환대와 공정·자유무역에 대한 언급 사이에 우리가 간과해버린 어떤 불편한 진실이 있는 건 아닐까. 자동차는 한미 FTA 이후 한국이 수혜를 볼 주요 산업으로 지목돼 왔다. 미국에 파는 만큼 한국도 사야 한다?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