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미·일 경제)일본,"자신감이 붙는다"

by강종구 기자
2003.07.06 09:17:23

[edaily 강종구기자] 일본 경제가 부활의 꿈을 꾸고 있다. 지난 12년 동안 장기적인 경제침체와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며 세계에서 조롱을 당하던 모습을 사라지고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아직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기대만큼은 저만큼 앞서 가 있다. 부활의 희망은 주식시장에서, 기업에서, 정부에서 함께 자라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들은 조금씩 개선조짐을 보여주고 있고 목빼고 기다리는 미국 경제의 회복도 가시권에 들어 있다. ◇오르는 주가..커지는 자신감 우선 주식시장은 경제회복 기대가 얼마나 강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4월까지만 해도 8000엔선 아래에 있던 닛케이225지수는 이달들어 9500엔선을 넘었다. 남미나 동남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을 제외하면 세계 증시중 상승률 1위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호전됐다. 지난 1일 일본은행이 발표한 6월 단칸지수(제조기업)는 -5를 기록해 3월 -10에서 크게 좋아졌다. 전문가들은 6월에도 3월과 같겠거니 했으나 기업 경영자들의 대답은 사뭇 달랐다. 정부 관료들의 최근 발언에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외환시장에 수시로 구두개입을 하는 재무성 관료들은 올 초만 해도 시도 때도 없이 “경제펀더멘탈로 볼 때 엔화가 강세를 보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구두개입의 횟수도 줄었지만 내용도 “엔화환율이 급등락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정도로 수위가 낮아졌다. 최근 장기금리가 급등하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나 중앙은행은 느긋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지난 2일 “경제펀더멘탈이 개선돼 장기금리와 주가가 점진적으로 오른다면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오카와 마사주로 재무상은 “단칸지수의 개선은 대기업 구조조정의 결실”이라며 “노력의 결과를 정직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금리 상승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경제회복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수다 미야코 이사는 한 술 더 뜬다. “장기금리 상승은 금융기관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중앙은행은 금리급등을 막기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경제지표..최악은 지났다 단지 기대만은 아니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경기의 하강위험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4일 발표된 경제지표는 주목할 만하다. 5월 경기선행지수는 44.4%를 기록해 경기확장과 위축의 기준선인 50%를 넘지는 못했지만 전월 30%에서 크게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33.3% 정도를 예상했었다. 5월 경기동행지수는 더욱 급등했다. 전월 15.0%에서 61.6%로 급등했다. 최근 일본 기술주들의 주가상승을 촉발시킨 반도체 매출도 눈에 띈다. 5월 일본 기업들의 반도체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6% 급증했다. 세계 반도체매출이 9.9% 늘어난 것에 비해 훨씬 큰 폭이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0.43%를 기록하며 바닥을 쳤던 지난달 11일은 일본 정부가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날이었다. 전문가들은 모두들 0.2%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0.1% 성장했다. 그 날이후 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일본하면 떠오르던 단어중 하나는 “디플레이션”일 것이다. 경기침체로 인한 장기적인 물가하락을 뜻한다. 실제로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44개월 연속 내리기만 했다. 5월에도 핵심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대비 0.4% 하락했다. 그러나 일본이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최근 장기금리 급등이 경기회복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일본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제스퍼 콜은 “디플레이션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3일 말했다. 심지어 그는 소비자물가가 “곧”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위축, 금리급등..회복속도 늦출 듯 제스퍼 콜의 말처럼 “제비 한마리가 봄을 몰고 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와 함께 중요한 경제주체인 기업과 개인의 행동이 마음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선 소비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이 5.4%로 사상 최고 수준에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5월 가계소비는 전년 동기대비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써 7개월째 소비가 줄고 있다. 감소폭이 2개월 연속 줄었다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일본 주식시장이 크게 올라 이달 소비자신뢰지수와 기업신뢰지수가 크게 호전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주가상승이 실제 소비나 기업투자의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노무라연구소에 따르면 주가지수가 10% 오를 경우 소비는 0.1% 늘어나는 효과를 갖는 것으로 통계가 나와 있다. 소비가 본격적으로 늘기 위해서는 주가가 지금보다 더욱 크게 올라야 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에 따르면 기업의 설비투자는 닛케이지수가 상승하기 시작한 후 9개월이 지나야 비로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주가상승 시작점을 5월 초로 볼 경우 내년이 돼야 설비투자가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장기금리의 상승은 경제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할 수 있다. 우선 국채 유통물량의 14%를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금리가 급등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또 기업들의 조달금리는 높아져 투자를 위한 자금차입을 꺼리게 할 수 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 금리도 상승할 것이고 이 경우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