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줄줄이 하향…트럼프 '관세폭격'에 식어가는 각국 성장 엔진

by양지윤 기자
2025.03.10 00:30:00

무역 전쟁 확산, 세계 경제 직격탄
유로존·멕시코·대만 등 성장률 전망 줄하향
인플레 상승으로 경제 타격 우려
美도 부메랑…골드만삭스 등 성장률 낮춰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위협으로 세계 경제 전망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관세 폭탄이 본격적으로 투하되기 전 이미 주요 국들은 성장률 눈높이를 낮췄다. 관세 전쟁이 전 세계로 확전될 경우 세계 경제가 쑥대밭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9%, 내년은 1.4%에서 1.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ECB는 유럽 경제가 ‘지속적인 도전’에 직면했다는 점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EU는 인도, 브라질 등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일찌감치 상호관세 부과 대상으로 점찍은 국가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2기 집권 후 첫 각료회의에서 “EU는 미국을 이용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맹비난하며 25%의 관세를 곧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는 지난 4일 시행한 신규 관세 부과 국가 명단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4월2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부과 리스트에선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대로 관세 부과를 현실화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EU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EU도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트럼프 행정부에 보낸 만큼 양측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 수입물가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등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CB는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무역 정책과 광범위한 정책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수출 감소와 지속적인 투자 둔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25% 관세 중 상당 부분을 약 1개월간 유예받은 멕시코는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달 21일 올해 경제 성장률이 0.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 1.2%에서 반토막 난 수준이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최대 0.2%까지 위축하며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빅토리아 로드리게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이 예측에는 미국이 무역 측면에서 발표할 조치들이 미칠 영향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며 “멕시코 경제는 내부적인 측면과 가치 사슬의 구성을 바꿀 수 있는 미국 정책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고율의 관세 등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은 최근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3년 연속 ‘5% 안팎’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관세라는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제 성장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은행의 판단은 다르다. 골드만삭스와 HSBC는 4.5%, UBS는 4%로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고, JP모건은 3.9%로 가장 낮춰 잡았다.

내수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과 무역갈등 심화로 수출이 타격을 입으며 민간기업도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내렸다. 대만 통계청은 3.29%에서 3.14%로, 태국은 2.9%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 세계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은 예상된 금리 인하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역시 관세 전쟁으로 경제 성장률 하락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4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7%로 낮추고, 12개월 내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을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4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3%에서 1.2%로 내렸다.

마이클 T 가펜이 이끄는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전에는 주로 2026년에 성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미국의) 더 빠르고 광범위한 관세 부과로 인해 올해 성장 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