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꺾인 美 '빅컷' 기대감…금통위·WGBI 편입발표 등 이벤트 대기[주간채권전망]

by장영은 기자
2024.10.06 07:00:00

뜨거운 美 고용지표에 11월 금리동결 가능성까지 나와
9일 WGBI 발표…희망 섞인 정부 전망에도 시장은 ''글쎄''
11일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전망은 인하로 쏠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번주 국고채 시장은 주 중 예정된 굵직한 이벤트를 예의주시하면서 초반에는 다소 약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지역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 주말 미국의 추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꺾이면서 미 국채금리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주 후반에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여부, 미 9월 소비자물가지수,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등이 대기하고 있다. 채권의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 AFP)


주 초반 국내 채권시장은 주말 새 미국 상황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뉴욕채권시장에서 연방준비제도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전일보다 무려 21bp(1bp=0.01%포인트) 오른 3.924%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도 11.9bp 오른 3.969%까지 올라갔다.

미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인하의 폭과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작고 느릴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것이다. 9월 빅컷이 ‘실수’였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11월에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으로 꼽히는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지나고 보니 9월의 50bp 인하는 실수였지만, 큰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다”라며 “금리 인하에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월가 베테랑 투자자인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도 블룸버그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연준의 9월 빅컷 결정에 대해 “필요하지 않았다”면서 “연준은 더는 할 필요가 없다. 몇몇 연준 이사들은 그렇게 많은 일(빅컷)을 한 것에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금리 선물시장은 11월 금리 동결 가능성(2.6%)을 반영했다. 5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다음달 연준이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은 아예 없어졌고, 25bp인하 가능성이 97%가 넘는다.

오는 10일 발표되는 미국 9월 소비자물가에 따라 미국 추가 금리 인하 전망에 대한 눈높이가 재차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헤드라인 소비자물가가 2%대를 유지하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이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라는 경계감이 남아 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8월 본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사진= 한국은행)


파이낸셜타임즈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우리 시간으로 오는 9일 채권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여부를 발표한다. 한국은 2022년 9월 편입 전 단계인 ‘관찰 대상국’에 이름을 올렸으나 올해 상반기까지 편입되지 못했다. 이번이 4번째 시도다.

정부는 편입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타운홀 미팅을 앞두고 WGBI 편입과 관련 “여건은 다 갖춰졌다고 평가한다. 편입이 빨리 결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WGBI에 편입되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한국 국채에 대한 신뢰도와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수십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에선 이번에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WGBI 편입 요건 중 ‘시장 접근성’ 단계가 아직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시장 접근성은 정성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충분히 확인하기엔 시간과 (투자자들의) 경험이 쌓여야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WGBI 편입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높지 않아 불발될 경우에도 자금 유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수급상 비우호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은에서도 ‘금리 인하기’라고 말하고 있는 만큼 시기와 폭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를 동결한 지난 8월 금통위 본회의 이후 9월 초중반까지만 해도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의 둔화세를 충분히 확인한 후 11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의견이 다소 우세했다. 그러나 연준의 빅컷과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 가시화 등으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시장 전망은 10월 인하로 쏠리는 모양새다.

다만, 금통위는 주말 새 바뀐 미국의 상황을 비롯해 부동산과 가계부채 관련 최신 데이터 등 마지막까지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확인하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채권 시장이 이미 3번의 금리 인하를 선반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에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향후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 국채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