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 먹고 있는데, 예비신랑에게 말해야 할까요[양친소]
by최훈길 기자
2024.06.09 06:00:00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4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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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1년 전에 만난 남자친구는 저보다 두 살 연하인데,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린 좋아하는 음악, 영화 취향도 비슷하고 서로의 일에 대해서도 존중해 줬고,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제겐 남자친구에게 털어놓지 못한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5년 전부터 우울증 약을 먹는다는 겁니다. 5년 전, 엄마가 돌아가시고 가까운 친구와 헤어지면서 우울증이 깊어졌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을 정도로 당시엔 우울증이 심했습니다. 이후로 상담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아주 가끔 힘든 날이 있는데, 그런 날에는 스스로 조절하면서 운동도 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남자친구에게 제가 우울증 약을 먹는 걸 알려야 할까요? 심각한 정신병도 아니고, 성인들 흔하게 겪어보는 우울증인데, 남자친구에게 알려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이것저것 찾아봤더니 어떤 사람은, 우울증 약 이야기를 안 하고 결혼을 하면 ‘사기결혼’이라고 하던데요. 정말 사기 결혼일까요? 친한 친구는 우울증 약은 끊으면 되니까 말하지 말라는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울증 환자의 수와 진료비 규모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에는 75만3000여명이었던 우울증 환자의 수가 2022년에는 100만32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진료비는 2018년 3358억원에서 2022년 5378억원으로, 2018년 이후 4년 만에 2000억원 가량 급증했는데요. 성별로 보면, 남성보다 여성의 우울증이 심각했습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30대, 60대, 40대 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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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816조 제3호는 사기나 강박으로 혼인 의사를 표시한 사람은 혼인을 취소해 그 혼인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때 사기란 혼인 의사를 결정시킬 목적으로 혼인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에게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거나, 고지 의무가 있는 사정에 관해 침묵함으로써 착오에 빠뜨려 혼인 의사를 결정하도록 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혼인취소 사유로 사기에 해당하려면, 이로 인한 착오가 혼인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당사자가 그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돼야 합니다.
따라서 어느 일방이 자신의 직업, 수입 등을 허위로 이야기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다소의 과장에 불과하다면 혼인취소 사유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당사자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를 일으킬 정도로 자신의 가족관계, 재산관계, 혼인전력, 집안내역 등에 관해 적극적으로 기망하거나 학력, 혼인경력, 출산경력 등을 알리지 않고 혼인에 이른 경우라면 혼인취소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소극적인 불고지 또는 침묵의 경우가 사기에 해당하려면 법령, 계약, 관습 또는 조리상 사전에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돼야 합니다. 관습 또는 조리상 고지 의무가 인정되는지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종합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당사자들의 연령, 초혼인지 여부,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때까지 형성된 생활관계의 내용, 당해 사항이 혼인의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의 정도, 이에 대한 당사자 또는 제3자의 인식 여부, 당해 사항이 부부가 애정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불가결한 것인지 또는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영역에 해당하는지, 상대방이 당해 사항에 관련된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상대방이 당사자 또는 제3자로부터 고지 받았거나 알고 있었던 사정의 내용 및 당해 사항과의 관계 등의 구체적·개별적 사정과 더불어 혼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과 가치관, 혼인의 풍속과 관습, 사회의 도덕관·윤리관 및 전통문화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법원은 혼인 전 다른 이성과의 혼인, 이혼 사실, 사실혼 이력, 범죄 전력, 자녀의 출산 여부, 치료가 불가능한 정도 혹은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질병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고지 의무가 있는 사정들로 봤습니다.
다만 과거 범죄에 의해 임신과 출산에 이르렀고, 이후 그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관련해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을 신의성실 의무에 비춰 비난받을 정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혼인취소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사연자는 자신의 우울증 치료 사실을 알려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배우자의 건강 상태는 혼인 여부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요. 사연의 내용만으로는 사연자의 우울증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부는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연자는 과거에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사실이 있었다는 정도를 넘어,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고 약도 계속 복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를 남자친구에게 당연히 알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사연자가 자신의 상태를 알리지 않고 혼인을 했고 사연자의 우울증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 및 혼인생활을 영위하는데 지장이 발생했을 경우, 남자친구는 ‘사연자의 우울증 증상과 정도, 치료 전력을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혼인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