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 논의 본격화…경사노위 위원·국책연구원 참여기구 출범

by서대웅 기자
2024.03.04 05:00:00

노동계-시민·연구단체, ''주 4일제 네트워크'' 출범
경사노위 공익위원·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정책자문
"OECD 평균 대비 149시간 긴 장시간 노동 줄여야"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주 4일제’ 법제화를 위한 논의가 노동계·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본격화한다. 주 5일제를 도입한 이후 21년 만이다. 특히 이번 논의 과정엔 노사정 사회적대화 위원과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이 정책자문을 맡았다.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4일제 총선공약 채택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주 4일제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네트워크는 출범 선언문에서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의 1호 협약은 ‘하루 8시간 노동’이었고 유럽연합(EU)은 1993년 ‘주 35시간제’를 채택했다”며 “일터의 산업재해와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고 일과 삶의 균형, 성평등한 사회와 일터를 실현하기 위해 주 4일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트워크에는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유니온센터 및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시민단체 △일하는시민연구소 등 연구단체 등이 참여한다.

주 4일제 촉진 및 실현을 위해 노사관계, 노동법, 사회정책, 노동경제 등 학계 분야별 위원으로 구성된 정책자문단도 꾸렸다. 특히 자문단엔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권혜원 동덕여대 교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정희 선임연구위원)도 이름을 올렸다.

사회 각계층에서 주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지만, 이처럼 주4일제 논의를 위해 대규모로 조직화한 것은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주 5일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을 개정한지 21년 만이다. 네트워크 관계자는 “2003년 8월 근로기준법 개정 5년 전인 1998년 초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주5일제 논의를 위한 기구가 설치됐고 2000년엔 사회적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에 ‘근로시간 단축 특별위’가 꾸려졌다”며 “네트워크는 당장 1~2년 내 주 4일제를 도입하자는 게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 다만 주 4일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 4일제 도입 필요성으로 네트워크는 삶의 존엄성이 파괴될 정도로 장시간 노동이 여전하다는 점을 들었다.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평균 1752시간인 반면 우리나라는 1901시간으로 149시간 길다. OECD 회원국 중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에 이어 다섯 번째로 근로시간이 길다. EU 27개 회원국 평균(1571시간) 대비로는 330시간 더 많이 일한다.

네트워크는 오는 하반기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제안할 계획이다. 격주 4일제, 주 4.5일제 등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해외에선 스페인이 지방정부(발렌시아)를 중심으로 주 4일제를 실험했다. 벨기에는 2022년 11월 법률 개정을 통해 지난해 2월 주 4일제를 본격 시행했다. 1주 37시간인 근무형태(연간 1498시간)는 유지하되 1일의 미출근 근무시간을 다른 출근일에 근무하는 형태다.

일자리 유연화 노동개혁 일환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배진한 일자리연대 고문(충남대 명예교수)은 지난달 15일 일자리연대·이데일리·이데일리TV 공동 주최로 열린 ‘좋은 일자리 포럼’의 두 번째 기조 발제자로 나서 “주 4일제 조기 도입 검토 및 하이브리드 근무방식, 가사 친화적 유연근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하는 방식이 파격적으로 유연화하려면 근무방식도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4일제 도입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다. 일하는시민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14~16일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주 4일제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은 67.3%였다. 지난해 9월 조사 때(61.4%)보다 5.9%포인트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