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2.19 05:00:00
북한의 형제국을 자처하는 쿠바가 한국과의 수교에 합의한 기념비적 뉴스가 최근 전해졌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북한에서 뜻밖의 뉴스도 돌출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5일 “(일본이)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방북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일본과 북한이 관계 개선 작업을 해온 세월도 20년을 넘기고 있다. 물론 김여정은 담화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이에 일본이 즉시 반발해 북·일 관계가 아직 여의치 않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북·일정상회담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지난 9일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 일본의 접촉이 오래전부터 이뤄져왔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9월에도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일본인 납북 문제와 관련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북·일 관계 정상화 실현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언제든 직접 마주할 결의를 전하고 정상회담을 조기 실현하기 위해 총리 직할의 고위급 협의를 추진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직 북한과 일본은 식민통치에 대한 배상문제가 끝나지 않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양측은 30억~100억 달러 규모의 배상금 논의가 있었다. 지금 화폐가치로 따지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 규모의 배상금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북한은 한미일 동맹에 균열을 가하고 내친김에 막대한 배상금을 받을수만 있다면 납북자 문제에서 양보를 하더라도 관계 개선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일본 역시 북한 핵 위협을 완화하고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수순으로 관계 정상화를 도모해온 것도 사실이다. 김여정 담화를 한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를 시샘하는 돌출 발언으로 치부하기 이전에 기시다 총리의 준비된 듯한 발언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서 올 변화와 파급 효과를 외교 안보 당국은 예의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