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강세 속…첫 충청 '농민대통령' 기대도
by김은비 기자
2024.01.15 05:00:00
총 8명 후보자 등록…경남이 3명으로 가장 많아
강호동 후보 가장 우세…송영조·조덕현 잇따라
과반 못 넘기면 결선…2·3위 연대로 판세 뒤집힐 수도
17년 만에 직선제로 전체 투표수 1252표
"당선 관건, 경기 등 후보자 없는 지역과 연합"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앞으로 4년 간 농협을 이끌어갈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총 8명이 후보자 등록을 마친 가운데, 유력 후보 3인의 3파전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30년 간 회장을 배출하지 못 한 충청도 출신 회장이 처음으로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는 상황이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제 25대 농협중앙회 선거에는 11명의 예비후보 중 8명이 최종 등록했다. 선거는 오는 24일까지 2주가량 본격적인 선거 운동을 벌인 뒤 오는 25일 치러진다. 농협 회장은 206만명에 이르는 농협 조합원을 대표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종 등록 후보자는 △황성보(68) 경남 동창원농협 조합장 △강호동(60)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조덕현(66) 충남 동천안농협 조합장 △최성환(67) 부경 원예농협 조합장 △임명택(67) 전 NH농협은행 언주로지점장 △송영조(67) 부산 금정농협 조합장 △이찬진(63)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정병두(29) 전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이다.
이 중에서도 강호동 후보가 가장 우세한 가운데 송영조·조덕현 후보 등이 3파전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러 후보가 등록을 했지만, 세 후보에 비해서는 조직력이나 인지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 왼쪽부터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송영조 부산 금정농협 조합장·조덕현 충남 동천안농협 조합장(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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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강 후보는 농협중앙회 이사를 지낸 5선 조합장이다. 지난 2020년 치러진 24대 선거에서도 3위를 차지하며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낙선 이후 강 후보는 일찍이 캠프를 꾸려 전국적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다. 나이도 유력 후보 중 가장 젊어, ‘변화와 혁신’ 등을 강조하며 농협 내 혁신을 원하는 초선 조합장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참여하는 전체 조합장 가운데 3분의 1이 초선 조합장이다.
강 후보의 뒤를 쫓고 있는 송영조 후보는 6선 조합장이자 7대 특·광역시를 대표하는 농협중앙회 이사, 농협경제지주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따라서 농협 경영에 대한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도시 농협 출신으로 농촌농협과 연계해 도·농 상생 협력 방안을 주도 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덕현 후보는 상대적으로 강호동·송영조 후보보다는 인지도가 낮지만, 이성희 회장의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로 알려져 유력 후보로 꼽힌다. 조 후보는 3선 조합장으로 △농협중앙회 대의원 △NH농협생명 비상임이사 △농협중앙회 감사위원 등을 거쳤다. 현직 회장이 직접 선거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계열사 비상임이사직 등을 통해 100여명의 현직 조합장의 지지세를 몰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에서는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지역 출신 농협중앙회장 배출을 위해 표심이 집결되는 분위기다. 1988년 중앙회장직이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뀐 이후 충청권에서는 아직 한 번도 회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또 지리적으로 가까운 경기, 강원 표심도 끌어모을 수 있다.
다만 농협선거는 1차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가 결선투표를 거쳐 최종 승자를 가리게 된다. 실제 역대 대의원 간선제 선거를 보면, 1차 투표로 끝난 사례는 최원병 전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제22대 선거가 유일하다. 이번에도 두 유력 후보가 경남권 출신인 만큼 강 후보가 과반을 넘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때 1~3등 후보가 어떻게 연대 하냐에 따라서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 현재까지 강 후보와 송 후보가 단일화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따라서 결선 투표때 2~3위 후보가 연합할 경우, 판세가 바뀔수도 있다.
또 이번 선거의 큰 특징은 17년 만에 조합원 직선제로 투표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간 농협은 대의원 간접선거제로 회장을 선출했다. 일부 조합장만 선거에 참여하다 보니 투명성과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대의원 조합장 선출을 놓고 잡음도 많았다. 결국 법 개정을 통해 이번에는 전체 조합장 1111명이 직접 회장을 뽑게된다. 특히 조합원 수가 3000명이 넘는 조합은 한 표를 더 행사할 수 있게 돼 전체 투표수는 1252표다.
선거 유권자를 지역별로 보면 경북이 14.4%로 가장 많다. 뒤를 이어 △경기(14%) △전남(13%) △충남(12.7%) △경남(12%) △전북(8.6%) △강원(6.6%) △충북(6%) △제주(2.8%) △서울(1.6%) △대구(1.6%) △울산(1.4%) △인천(1.5%) △부산(1.2%) △광주(1.2%) △대전(1.1%) 순이다.
다른 지역과의 연합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도 여전히 당선의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전국에서 투표권이 두 번째로 많은 경기 출신의 후보자는 없다. 경기 조합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좌우될 수 있다. 한 농협 관계자는 “이성희 회장이 경기 출신으로 당선 됐기 때문에, 표심을 결집할 수 있을지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