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09.18 05:00:00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기의 국가통계 조작 혐의와 관련해 문 정부 인사들을 무더기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전원(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포함해 22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이 밖에 관련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7명에 대해서도 수사참고자료를 검찰에 보냈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문 정부 시기에 청와대와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과 통계청을 압박해 부동산과 소득·분배·고용 통계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문 정부가 임기 중 27차례에 걸쳐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물론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를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 부동산원에 대한 압박만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회에 이르렀다니 충격적이다. 예컨대 청와대는 주1회였던 부동산원의 주택매매 동향 조사를 주3회로 늘려 실시하게 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으면서 매주 최종 확정치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그 과정에서 국토부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부동산원을 협박하기도 했다. 소득과 분배 통계에는 가중치를 임의 조정하는 수법이 동원됐다고 한다.
감사원 발표에 대해 문 정부 인사들은 “전 정부의 통계 조작이 아니라 현 정부의 감사 조작”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조사 횟수를 늘린 것, 급격한 통계수치 변동에 대해 관계 기관에 설명을 요구한 것 등을 감사원이 모두 통계 조작으로 부당하게 몰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 결과가 또 하나의 정쟁 거리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사안은 정확한 진상 규명을 통해 관련자들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애당초 통계 조작 의혹의 발단은 문 정부가 재임 중 국민 체감과 동떨어진 집값과 고용 통계를 계속 내놓은 데 있다고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도 폭등하는 집값과 얼어붙은 일자리 시장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시각이 상당했던 게 사실이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속히 진상을 밝혀야한다. 국가 통계 조작은 국정을 오도하고 국민을 착각에 빠뜨리는 조직적 범죄 행위와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