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탈·체류 관리 안돼"…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임금 차등화 어려워

by김은비 기자
2023.06.12 05:00:00

최저임금 미적용 시 각 가정에서 1대 1 계약
각 가정이 운영 주체로 체계적인 체류 관리 어려워
제조업 및 농·어업으로 불법 이탈 가능성 우려 커
"공급 탄력적으로 늘리는 것에 초점 맞춰야"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정부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검토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정치권 등에서 제기하는 최저임금 이하의 저임금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는 방안은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자칫 내·외국인 차별 논란이 일어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데다, 고임금을 쫓아 다른 업종으로 이탈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1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규제 완화와 관련해 수 차례 논의 끝에 최저임금 차등화는 어렵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관리 등 현실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밝혔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급물살을 탔다. 지금은 중국 교포(조선족) 등 동포나 한국 영주권자의 배우자, 결혼이민 비자로 가사도우미 채용이 제한돼 있다. 하지만 한국인 가사도우미는 월 평균 300만~400만원, 중국 동포는 200만원 후반대 급여를 줘야해 각 가정의 부담이 큰 실정이다. 이에 비전문취업(E-9) 비자의 허용업종에 ‘가사근로자’를 추가해 저임금 동남아 근로자를 들여와 각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9620원)을 주면 하루 8시·주5일 근무시 170만~200만원을 줘야하는데, 이 금액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최저임금 이하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가사 서비스 제공자는 법적으로 ‘가사 근로자’와 ‘가사 사용인’으로 나뉜다. 가사 근로자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통해 채용된 직원들로, 지난해 시행된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최저임금 등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 반면 가사 사용인은 고용인과 1대 1 계약을 하고 가사근로를 하는 이들로 최저임금법 제외 대상이다.



이를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적용해 고용인과 1대 1 계약을 할 경우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해외 사례를 봐도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은 싱가포르· 홍콩에서는 각 가정에서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반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도 내국인과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일본의 경우 민간 서비스 기업이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가정과 이용 계약을 맺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저임금을 받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이 높은 임금을 쫓아 근무지를 이탈하는 사례도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미 E-9 비자로 들어온 제조업, 농·어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들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급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저임금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이 더 많은 돈을 주는 업종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9 비자는 업종별로 정원을 정해 고용을 허가해주는 제도인데, 외국인 체류 관리 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따.

국제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차별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인에 대한 고용·직업상 차별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제111호 협약 비준국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관훈토론회에서 “우리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국가로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공급부족이 높은 임금의 주된 원인인만큼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들어오는 것 만으로도 임금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공급이 수요만큼 충분히 이뤄진다면 임금 하락을 부추길 수 있을 것”이라며 “최저임금 적용 여부는 그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맘스홀릭베이비페어’에서 참관객이 아기띠를 착용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