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용의 세계시민] 세계인의 날에 생각해보는 다양성의 가치
by고규대 기자
2023.05.20 06:00:00
[이희용 다문화동포팀 자문위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던 거리의 외국인 관광객이 최근 들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외국인 입국자는 83만7891명으로 전달에 비해 62,8%,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675% 폭증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도 전달 대비 8% 늘어난 233만5596명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내년쯤에는 역대 최대였던 2019년의 252만 명을 넘어서서 대한민국 인구의 5%(25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로 분류한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나라 국민(성인)은 외국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기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족·문화적 다양성 확대가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데 찬성하는 비율도 인색한 편이다.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조사해 발표하는 다문화 수용성은 2015년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의 경우 지속적으로 높아졌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 장기화와 난민 증가 등의 영향으로 배타적 민족주의와 자국우선주의는 전 세계로 번져갔으며,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맞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동서고금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개방과 관용을 지향한 나라는 발전과 융성을 이룬 반면 폐쇄와 배타의 길을 걸으면 쇠퇴와 몰락을 맞았다.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는 장기복무한 속주민 제대 군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해 제국의 토대를 닦았다. 교사와 의사에게는 신청 즉시 시민권을 주어 인재를 불러모았다. 카이사르 사후에도 이 정책은 계승돼 140여 년 만에 속주 출신의 트라야누스 황제가 등극했다.
중국 당나라 도읍 장안에는 인근 나라는 물론 인도와 아라비아의 상인이 북적거렸고 각국 유학생도 넘쳐났다. 당나라는 과거제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빈공과를 두어 관리로 등용했다. 신라인 합격자 가운데 대표적 인물이 ‘토황소격문’으로 잘 알려진 최치원이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 원주민 학살과 흑인 노예 학대라는 흑역사가 있긴 하지만 구대륙에 견주면 신분 제약도 직업 귀천도 종교 차별도 적은 기회와 평등의 땅이었다. 각국에서 몰려든 인재는 과학과 산업을 발전시켰고 지금도 디지털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테슬라 회장 일론 머스크, 구글 공동설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현 CEO 순다르 피차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등은 모두 다문화와 이주민 배경을 지니고 있다.
기원전 3세기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가 타국 출신 관원을 모두 추방하는 명령을 내리자 초나라 출신 이사가 이를 거둬 달라며 임금에게 올린 ‘간축객서(諫逐客書)는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아 그렇게 클 수 있었고, 큰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일지언정 가리지 않았기에 그 깊이에 이를 수 있었다(泰山不辭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한류에 열광하며 코리안 드림을 좇아 몰려드는 각국 젊은이를 보고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외국인을 불편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을 받아들일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을 살고 싶은 나라, 한국인을 친구 삼고 싶은 국민으로 여기게 만드는 것은 공공외교의 목표이자 국가경쟁력의 밑거름이다. 우리가 외국인을 차별하고 무시하면서 한국인은 다른 나라에서 대접받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750만 재외동포는 230만 체류 외국인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5월 20일은 제16회 세계인의 날이다. 5월 21일은 문화 다양성의 날이고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이다. 수많은 동물·식물·미생물이 공존해야 지구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인류 문명도 다양한 문화가 교류할 때 혁신과 도약을 이뤘다. 이데일리 다문화동포팀의 출발과 함께 다문화의 가치와 세계시민의 역할을 되새겨보는 한 주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이희용 다문화동포팀 자문위원(전 연합뉴스 한민족센터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