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관련주 들썩…“4월 크립토 윈터 올 것” 경고등
by최훈길 기자
2023.03.27 00:00:20
2주 만에 코인 관련 주식 두자릿수 껑충
SVB 파산·CS 위기에 대체자산 관심도↑
4월엔 리플·이더·마운트 곡스 ‘3대 악재’
코인 충격 우려, 금감원 “경계감 갖고 주시”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 이후 비트코인뿐 아니라 관련 주식도 급등세다. 기존 금융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탈중앙 움직임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달에는 가상자산 냉각기인 ‘크립토 윈터’가 올 것이란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의 리플 소송, 이더리움 업그레이드에 따른 매도, 일본 마운트 곡스 보상안에 따른 매도 악재가 있어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VB 위기 소식이 전해진 지난 10일 이후 2주간 주가 등락률(10일 종가 대비 24일 종가 기준)을 확인한 결과, 가상자산 관련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비덴트(121800)는 17.02% 올라 가장 많은 오름세를 보였다. 비덴트는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최대주주다.
빗썸 지분을 보유한 티사이언티픽이 최대 주주인 위지트(036090)는 11.17%,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기술투자(041190)는 7.98%, 게임사 위메이드의 코인 위믹스(WEMIX) 관련주인 위메이드플레이(123420)는 2.11% 각각 올랐다.
이는 가상자산이 최근 오르면서 관련주도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다.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6일(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2만753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1만9669달러로 2만달러를 하회했던 비트코인이 불과 보름 만에 2만8000달러에 육박했다.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6일 오후 현재 1조1523억달러(1497조99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다음 달까지 계속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오재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2만8000달러대는 시장에서 인식하고 있는 (가격 상승이 어려운) 주요 저항구간”이라며 “추가 상승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다음 달에는 3대 리스크가 있어, 가상자산뿐 아니라 관련주도 얼어붙을 수 있다.
첫 번째 리스크는 지난 2년간 진행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 랩스와의 소송이다. 리플 랩스가 발행한 가상자산인 리플은 시가총액 세계 6위 규모다. SEC는 2020년 12월 가상자산 리플이 법에 의한 공모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고 판단, 리플 랩스와 최고경영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리플랩스는 리플이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는 입장이다.
리플의 증권성이 인정되면 리플과 유사한 형태의 다른 가상자산도 불법으로 판정될 수 있다. 국내 코인거래소에 상장됐거나 상장하려는 코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소송은 그동안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따지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두 번째 리스크는 이더리움 업그레이드에 따른 매도 물량 여파다. 이더리움은 이번 ‘상하이 업그레이드’를 통해 그동안 스테이킹으로 예치된 이더리움의 출금을 가능하게 하는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계획이다. 오 애널리스트는 “예치됐던 물량 총 1650만개(유통량의 14%)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대량 매도에 따른 가격 하락 가능성을 봤다.
세 번째 리스크는 마운트 곡스 보상안 물량에 따른 여파다. 2014년 대형 해킹사건으로 파산했던 일본 마운트 곡스 거래소의 채권자들에게 비트코인 13만7000개를 지급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13만7000개는 하루 유통량의 8% 수준으로 시세에 영향을 줄 만한 물량 수준이다. 지난해 루나·테라 폭락사태 당시 루나 재단이 매도한 물량(6~7만개)보다 약 2배 되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코인시장 충격을 우려해 가상자산 리스크 대비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성 판단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두나무·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코인거래소와 관련 협의 중이다. 이르면 4월에 미국 워싱턴에 있는 SEC를 방문해 관련 협의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에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