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 1.1% '뚝'…인플레 둔화하자 경기 침체 왔다(종합)

by김정남 기자
2023.01.19 01:07:46

지난해 12월 미국 PPI 물가 전월비 0.5%↓
물가 둔화 신호…연준 ''베이비스텝'' 확실시
이 와중에 소매판매 1.1% 급감…침체 징후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자, 경기 침체가 성큼 다가왔다. 미국 생산자물가가 한달새 0.5% 급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둔화 국면에 들어섰음을 시사했다. 동시에 소비는 1.1% 급감하면서 경제에 냉기가 돌고 있음을 암시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역대급 초강경 긴축의 여파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AFP 제공)


18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 내내 두자릿수 고공행진을 했다가 7월 9.7%로 떨어진 뒤 그 이후 8.7%(8월)→8.5%(9월)→8.2%(10월)→7.3%(11월)→6.2%(12월)로 하락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0.5%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지난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1%)를 하회했다. 역대급 초인플레이션이 조금씩 둔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과 맞물려 에너지 물가가 한달새 7.9% 폭락했다. 식료품 가격은 1.2% 내렸다. 에너지와 식료품 등을 모두 더한 상품 물가 전체는 전월 대비 1.6% 떨어지면서 생산자물가 하락을 주도했다. 다만 서비스 쪽은 여전히 0.1% 오르면서 추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4.6% 뛰면서 전월(4.9%)보다 완화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1%를 기록했다. 월가 전망치와 일치하는 수준이다. 근원물가는 헤드라인 물가보다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지표다.

PPI는 생산자의 판매 가격에 의한 물가지수를 말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소매물가라고 하면, PPI는 도매물가 격이다. 지난해 12월 CPI가 한 달 전과 비교해 0.1% 떨어진데 이어 PPI마저 둔화하면서, 물가 정점론은 더 힘을 받게 됐다. 미국 미시건대가 조사한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이 이번달 4.0%로 떨어지는 등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완연한 하락세다.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PPI와 동시에 나온 소매 판매는 급감했다는 점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는 전월과 비교해 1.1% 줄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9%)보다 감소 폭이 컸다. 연말 쇼핑 대목으로 잘 알려진 11~12월 동안 소비는 두 달 연속 1%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휘발유와 자동차 등을 제외한 근원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지난해 연준의 가파른 돈줄 조이기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은 이례적으로 소비가 실물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나라다. 소비가 부진하면 경제 전체가 얼어붙는 구조다. 월가 한 금융사의 채권 어드바이저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본격적으로 지표로 나타날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의 구조조정 바람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미국 빅테크의 상징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는 3월 31일까지 1만명의 직원을 해고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MS는 애플, 사우디 아람코에 이은 세계 시가총액 3위 기업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고객들이 팬데믹 기간 디지털 지출을 늘리는 것을 봤다”며 “이제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디지털 지출을 최적화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 일부 지역이 침체에 빠져 있고 다른 지역도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둔화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지표가 주목 받는 것은 다음달 1일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번에 물가와 경기를 모두 고려해 25bp(1bp=0.01%포인트) 금리를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게 유력하다. CMI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시장은 연준이 25bp 올릴 확률을 96.2%로 점치고 있다. 지난해 자이언트스텝과 빅스텝을 단행한 이후 긴축 속도조절에 나설 게 확실하다는 뜻이다.

AXS 인베스트먼트의 그레그 바숙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지난해 내내 매파 기조를 유지했지만, 이번 PPI는 매우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는 징후”라고 말했다.

이에 뉴욕채권시장에서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101%까지 떨어졌다. 현재 연준 금리(4.25~4.50%) 하단보다 낮다. 추후 경기를 반영한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375%까지 내렸다.

뉴욕 증시는 장중 보합권에서 약세로 기울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53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언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45% 하락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각각 0.14%, 0.02%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