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한파에 일단 코넥스라도…'사다리' 찾는 IPO 기업들
by양지윤 기자
2022.12.12 04:43:00
IPO시장 상장 철회 잇따르는데…코넥스 상장신청 급증
12월 초까지 총 8개 기업 상장…연말까지 총 13개로 늘 듯
거래소 심사 강화에 기관 수요예측 부진
"직상장 어려워지자 코스닥 이전상장 노리는 기업 증가"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증시 불황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코스닥 직상장 대신 초기·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 상장을 대안으로 찾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가 까다로워진 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경색으로 IPO를 통한 자금 조달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코스닥 이전상장이 가능한 코넥스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넥스시장 신규상장 기업은 코스텍시스템, 코나솔, 에이아이더뉴트리진, 아하 등 총 8개다. 지난해 총 신규상장사 7개를 웃도는 규모다.
최근 상장신청서를 접수한 타이드와 지에프씨생명과학, 카이바이오텍, 마이크로엔엑스, 애니메디솔루션, 아이오바이오 등 5개 기업이 상장 승인을 받을 경우 올해 코넥스 상장사는 13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상장 신청기업이 11월에만 7개가 몰려 눈길을 끈다. 12월에도 1개 기업이 신청하는 등 4분기에만 8개 기업이 코넥스시장에 입성했거나 상장을 추진 중이다. 2020년과 2021년 같은 기간에는 각각 4개, 3개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11월 성수기를 맞은 IPO 시장에서 바이오인프라, 밀리의서재, 제이오 등이 상장을 미루거나 취소하며 침체를 겪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 상반기까지 기업들의 발길이 끊기다시피 했던 코넥스시장이 갑자기 북적이게 된 이유는 증시 악화, IPO 시장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동안 코넥스를 거쳐 코스닥 이전상장을 노리던 기업들은 각종 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해 곧바로 코스닥시장으로 직행했다. 코넥스시장은 투자자 접근성이 낮고 조달 가능한 자금 규모가 작다는 한계가 있어 직상장 선호 기업들이 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거래소가 올 들어 상장 예비 심사를 강화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코넥스에 우선 상장하고, 향후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코넥스에 입성한 탈로스는 오는 2023년 신속 이전상장을 통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교보증권과 주관사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퓨쳐메디신도 올해 2월 코스닥 상장 심사를 자진 철회하고 지난 7월 코넥스에 상장했다. 거래소의 심사 문턱이 높은 데다 증시 상황이 악화되자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이는 코넥스 상장한 뒤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면 심사과정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5월 말부터 코넥스 상장사를 대상으로 ‘이전상장 컨설팅’을 시행하고 기본예탁금 제도를 폐지하는 등 이전상장 통로 확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IPO 시장 부진으로 사업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도 기업들이 코넥스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IPO 기관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982대 1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1172대 1에 비해 16.2% 감소했다. 고금리로 공모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냉각된 상황에서 고평가 논란까지 겹치자 기관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한 데 따른 것이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IPO 시장의 자금 조달기능이 현저히 저하되고 시황이 언제 회복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일단 코넥스 시장으로 진출해 코스닥 이전상장 기회를 보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 이전상장을 노리고 코넥스에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고금리로 IPO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쉽지 않은 데다가 증시 부진으로 공모기업의 주가 역시 큰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IPO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도 이전상장을 전제로 코넥스 상장을 진행하는 것도 고객사 확보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고 보고 최근 코스닥 상장으로의 ‘사다리’로 적극 활용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넥스상장 기업은 대부분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 상장을 추진하기에는 애매한 체급인 경우가 많다”면서 “향후 신속이전 상장 제도(패스트트랙)을 활용해 코스닥시장 입성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코넥스상장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