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안정·자금경색에 확 달라진 시장 기류…11월 금통위, 베이비스텝 기울어[금통위폴]②
by이윤화 기자
2022.11.21 04:30:11
24일 한국은행 금통위, 채권시장 전문가 11명 설문조사
환율·물가 안정, 자금시장 경색 힘 실리는 속도 조절론
최종금리 수준 3.5~3.75% 예상 하반기 인하 가능성도↑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약 보름 만에 시장의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최종 금리 상단이 5.0%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이달 초까지만 해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4.0%까지 올릴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고 단기자금 시장의 경색 현상이 이어지면서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물가도 중요하지만 자금경색을 푸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쯤에는 경기 침체에 대응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늘어나고 있다.
이데일리가 오는 24일 열리는 11월 금통위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11곳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1명 중 10명이 기준금리를 3.25%로 3.0%에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예상한 의견은 1명에 그쳤다. 5%대 후반의 고물가와 미국의 최종금리 상단 전망이 최소 5%대로 올라선 상황은 그대로다. 하지만 두 차례의 빅스텝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됐고, 급격한 긴축으로 단기 금융시장의 ‘돈맥경화’가 나타나면서 속도 조절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미 연준의 긴축 속도 완화와 물가 안정 흐름도 한은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연준은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지만, 12월부터는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전년 대비 7.7%를 기록해 시장전망치(7.9%)를 하회하면서 ‘킹달러’ 현상도 주춤해졌다. 연고점 기준 1440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1340원선으로 하락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의 완화, 누그러진 달러화 강세, 성장률 하방 위험 증대 등으로 이달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달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1월 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하는데 긴축영역 진입에 따른 속도 조절 인식을 고려해 동결 소수의견이 1명 정도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의 금리 속도 조절 분위기는 금통위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금통위 내 대표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알려진 서영경 위원은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한국금융학회’ 공동 주최 정책 포럼에서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만큼, 지금은 대내 금융안정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박기영 금통위원도 “지금은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금융 안정도 고려해야 할 때”라며 속도 조절에 힘을 실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
채권시장 전문가들이 전망한 한은의 최종 금리 전망치는 3.75%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금통위와 내년 두 차례 인상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으로 봤다. 이 보다 낮은 3.5% 최종금리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사이클 끝이 다가온다는 인식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경우 금통위는 내년 2월 금리를 동결해 최종금리는 3.5%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단기 지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8%대로 떨어졌다. 통상 국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보다 0.25%포인트 가량 높게 형성된다는 걸 감안하면 3.5%나 그보다 조금 높은 정도에서 금리 상단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를 틀 것이란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이번 조사에서 11명 중 6명이 내년 금리 인하를 점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빠르게 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하기는 힘들 수 있지만, 경기 침체와 유동성 리스크 등에 따라 (미시 정책적인) 완화 조치가 있을 수 있다”며 “미 연준의 움직임에 따라 한국도 금리 인하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내년 연말까진 한은이 연준과의 금리 격차, 고물가를 꺾기 위해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의견도 5명이나 돼 팽팽하게 맞섰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부진이 심화하더라도 한미 금리 역전폭이 큰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는 한 선제적인 인하는 자본유출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