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흥행 먹구름 VS 오히려 좋아…미니스톱 인수전 새국면
by김성훈 기자
2021.12.10 01:30:00
미니스톱 인수전 둘러싼 묘한 기류
3년 전 첫 매각 때보다 가격 30%↓
'흥행 먹구름 낀 것 아니냐' 전망에
원매자들 "모처럼 저가매수 기회"
진성 원매자들의 가격 책정이 관건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3년 만에 매각에 재차 나선 한국 미니스톱 인수전이 묘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매각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인수합병(M&A)이 결렬됐던 첫 매각 때와 비교해 몸값이 뚝 떨어지면서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수전에 관심이 있는 일부 원매자들은 매각가격이 박하게 형성된 게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넘쳐나는 유동성 여파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마다 웃돈이 붙는 상황에서 저가 매수에 도전해 볼 수 있어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결국 막판까지 인수전에 남을 진성 원매자들이 제시할 가격대가 관건으로 꼽힌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업계 5위 업체인 미니스톱 매각 주관을 맡은 삼일PwC는 최근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후보들 가운데 숏리스트(적격인수 후보자)를 추려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대상은 한국 미니스톱 지분 100%다. 이마트24와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숏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예비실사 과정을 거치며 본입찰 여부를 조율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점치는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 사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지만 2000억원 중후반에서 매각가가 형성될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지난 2018년 미니스톱 첫 매각 당시 참여했던 롯데그룹과 신세계 등이 제시한 매각가(약 3500억~4300억원)과 비교하면 최고 30% 넘게 할인된 가격이다.
상황이 이렇자 매각 흥행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적게나마 흑자를 이어오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점도 흥행을 우려하는 요소로 꼽힌다.
다만 일부 원매자들 사이에서는 현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M&A 시장에 나온 매물에 경쟁자들이 쏠리며 웃돈이 붙는 상황에서 매각가가 낮게 형성되는 것은 진성 원매자군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기 때문이다. 매각 측이 전처럼 매각을 철회하지만 않는다면 결국 팔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전 같지 않다고 해도 한국 미니스톱은 전국 26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편의점 사업자다. 동종업계 사업자라면 인수와 동시에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점포를 흡수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편의점이 중고거래나 퀵커머스(즉시배송) 사업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도가 높아진 점도 여전한 성장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부족한 기업을 사서 밸류업(가치상향)을 증명한 뒤 비싼 값에 파는 게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이라면 저가 매수에 나설 기회가 생겼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막판까지 인수 의지를 관철할 진성 원매자들이 어느 정도의 가격을 써내는지가 관건이다. 인수가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전략적투자자(SI)의 경우 재무적투자자(FI)보다 좀 더 적극적인 베팅에 나설 수 있지만 오너의 확실한 인수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FI의 경우 인수를 전제로 동종업계 SI들과 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막판까지 눈치싸움이 치열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