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도소, 경찰 내사에 “3월에도 안 잡혔는데”

by김소정 기자
2020.07.12 05:00:00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성범죄자, 아동학대, 살인자 등 강력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가 국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국가기관이 각종 제도를 이유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디지털교도소는 국민들의 궁금증을 명료하게 해결해주는 사이다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사이트 공식 인스타그램
디지털교도소에는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 ‘박사방’ 조주빈 등의 얼굴, 나이, 학력, 전화번호 등 각종 정보가 게재돼 있다.

운영자는 “저희는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며 “범죄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처벌, 즉 신상공개를 통해 피해자들을 위로하려 한다”라고 웹사이트를 소개했다.

디지털교도소장이 해당 웹사이트를 운영하게 된 이유는 ‘n번방’ 사건 때문이다. 디지털교도소장 박씨는 지난 7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사촌동생이 (n번방) 피해자라는 걸 알고서 눈이 뒤집혔다”며 “광역 해킹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를 잡고자 했던 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5살, 6살 애들 연쇄 성폭행하고 8년 받고 나오고 길 가다 만나면 어떻게 할 거냐”며 “이런 범죄자들이 돌아다니니까 조심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최근 언론에 공개돼 화제가 된 건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다. 하지만 사실 운영자들은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전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같은 활동을 시작했다.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는 인스타그램 계정 폭파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대피소 역할이다.

디지털교도소는 경찰이 ‘박사방’ 조주빈, ‘부따’ 강훈, ‘갓갓’ 문형욱 등의 신상을 공개하기 전 인스타그램 등에 제보를 받고 신상을 올렸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n번방’, ‘박사방’ 가해자들의 신상도 게재했다.

디지털교도소 웹사이트.
그동안 인스타그램 운영은 쉽지 않았다. 신상이 공개된 가해자, 가해자 지인들이 지속적으로 계정을 신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6만명이던 디지털교도소 계정은 지난 5월 정지됐다.

운영자는 새로운 인스타그램 계정과 임시 홈페이지 등을 만들어 그들의 활동을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인스타그램 계정을 정지토록 한 인물의 실명을 공개하는 등 강수로 맞섰다.

디지털교도소가 화제가 되면서 환호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범죄자 신상공개가 ‘명예훼손’이라는 우려도 많다. 하지만 운영자는 “이 웹사이트는 동유럽권 국가 벙커에 설치된 방탄 서버에서 강력히 암호화되어 운영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의 영향을 전혀 받지않는다”며 당당하게 대응했다.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지난 9일 부산경찰청이 디지털교도소와 관련한 내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내사의 이유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우려때문이다.

하지만 부산경찰청의 내사 착수에 누리꾼들은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소라넷은 몇십년 가까이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수사 하는 척 시늉도 안 하더니”(doe7****), “이런 건 빨리도 수사한다”(dlat****), “우리나라 법은 범죄자를 위한 법만 있다. 피해자를 위한 법은 없기에 판결이 매번 한결같이 상상 그 이하 수준이기 때문에 디지털교도소가 생긴거 아니냐. 반대하는 사람들보다 응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저런데 시간 쓰지말자”(b193****) 등의 댓글을 달았다.

불법 촬영물 온라인 유통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소라넷은 1999년에 시작돼 17년 만인 2016년 4월에 폐쇄됐다.

운영자는 담담했다. 그는 “지난 3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보시면 알겠지만 전 아직 안 잡혔다. 그때도 역시 부산경찰청이었다. 잡히지 않은 이유는 금전거래 등 자료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방문객이 폭주하며 운영자는 현재 금전사정으로 사이트 운영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9일 하루 후원금을 받았다. 손정우, 조주빈 등이 범죄수법으로 이용한 ‘가상화폐 거래’로 말이다.

이날 운영자는 “후원은 전부 반려했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몇 시간 정도 후원을 받아 디지털교도소 확장 공사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후원금은 전체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다”며 “경찰이 검거의 실마리로 활용할 수 있는 사적인 금전 사용은 없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경찰청은 운영자가 후원금 모집 과정에서 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