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상속세 완화 ‘뜨거운 감자’…“세계최고 세율” Vs “부의 대물림”

by최훈길 기자
2019.01.08 00:00:00

‘공제 한도 확대·요건 완화’ 법안 계류
업계선 “세계 최고 세율, 할증 낮춰야”
관건은 대기업 적용, 與·시민단체 기류
“경기 어려워 선제적 파격적 지원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 경제회의에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기념 촬영을 했다.[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조진영 기자] 정부가 기업들의 가업승계 걸림돌로 지적되는 상속세를 개편하기로 하면서 논의 향배가 주목된다. 가업상속세 부담을 줄이면서 공제 대상을 확대할지가 관건이다. 반면 가업 상속이 결과적으로 부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며 상속세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7일 이데일리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계류 중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하 가업상속세)을 분석한 결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경호·곽대훈·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가업상속세와 관련한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은 가업상속세 강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완화 입법이다.

추경호 의원 개정안에 따르면, 선대 경영인이 20년 이상 경영하면 공제받을 수 있는 공제 한도를 현행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중소기업청장이 명문장수기업으로 확인한 중소기업으로 정의했다. 추 의원은 “경쟁력 있는 명문장수 중소기업들이 국민경제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추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다.

곽대훈·정갑윤 의원 안은 까다로운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정 의원안에는 가업용 자산 유지의무 요건 완화(20→40%), 고용유지 의무 조건 완화(기준고용 인원 대비 정규직 80→60%)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 의원 안이 곽 의원 안보다 완화 수준이 높다. 정 의원은 “엄격한 사후관리 규정을 완화하는 게 가업상속을 활성화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기업 대주주들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까지 더하면 최고 65%에 달한다. 65% 세율은 한국보다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큰 독일, 프랑스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단위=%. [출처=한국경영자총협회]
재계에서는 계류 중인 개정안보다 더 파격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가업상속세 관련해 3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 세율 인하다. 경총은 현행 명목 최고세율 50%를 25%까지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속·증여세율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 10%, 1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30억원 40%이며, 50억원을 넘으면 50%에 달한다.



둘째, 할증 제도 개편이다. 현재는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상속세를 최대 30%까지 할증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한국의 실제 상속세율이 65%까지 올라간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셋째, 요건 완화다. 경총 관계자는 “대표이사 재직기간, 지분 유지기간 같은 요건을 완화하고 공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업계에서도 세율부터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26.6%로 인하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닌 제2의 창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건은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정부는 가업상속세 완화 대상에 대기업을 포함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중소기업들이 가업상속(세금)에 대해 애로를 많이 호소하고 있다. 조금 전향적인 면에서 검토를 해야 한다”면서도 “상속세 전반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기업까지 혜택을 받을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여당 내부에선 상속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박광온 최고위원이 김현미 의원(현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함께 발의한 개정안에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기존 3000억원에서 2000억원 미만으로 축소하는 내용이 골자다. 상속세 공제율도 사업용 자산 전체(100%)에서 70%로 낮추고. 공제금액 한도도 현행 200억~500억원에서 100억~300억원으로 축소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올해 경기가 상당히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활력을 북돋는 선제적이고 파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