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관피아 올드보이' 귀환…시험대 오른 최종구

by노희준 기자
2017.11.05 06:00:00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2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협회에 ‘관피아’(관료+마피아)의 공습이 재개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3년여 만이다. 업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 속성상 정관(政官)에 맞서기 위해 또 다른 ‘힘 있는 관’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관치·정치금융이 과거 척결대상이었던 ‘관피아’를 소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듯 시장에서는 협회장 인사에 여당과 청와대 등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위원장이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장의 눈치마저 봐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작은 김용덕 전 금융감독원장의 손해보험협회장 취임이다. 행시 15회로 2007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행시 25회인 최종구 금융위원장보다 10기수나 앞선다.

손보협회장에 고위 관료 출신이 온 것은 그간 세월호 참사 이후 터부시했던 ‘관 출신 배격’의 암묵적 ‘룰’이 깨졌음을 의미한다.

다른 금융협회장도 줄줄이 ‘관피아 올드보이’의 귀환이 확실시된다. 이달 30일과 다음 달 8일에는 은행연합회장과 생명보험협회장 임기가 만료된다.

세평에 오르는 은행연합회장 후보만 봐도 홍재형(79) 전 부총리, 김창록(68) 전 산업은행 총재, 윤용로(62) 전 외환은행장 등이다. 금융위 핵심역할을 담당하는 유재수 금융정책국장이 사무관 시절 홍 전 부총리의 수행비서다. 정책 수행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안팎에서 “협회장들과 회의라도 하려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모시러 가야 할 판”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솔직히 민간 출신 협회장이 더 편하다는 속내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올드보이의 소환은 새 정부 들어 시장에 대한 정부나 정치권 개입이 커지면서 ‘방패막이’ 관 출신의 필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자율권을 줘도 당국의 신호만 기다린다고 비판하지만 오랜 세월 거치며 체득한 생존논리가 있다”며 “관치가 관피아를 부르는 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이후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린 것도 ‘새내기 퇴직자’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관료들 사이에서도 후보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는 모양새를 두고는 “10년 만에 정권교체라 때를 기다렸던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촌평도 나온다.

국정감사에서도 올드보이의 귀환 문제는 도마위에 올랐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20년 전 금융 수장이었던 분이 세평에 오르내리고 있어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내버려두면 결국 대통령에게 누가 되니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직언하라”고 요구했다. 최 위원장은 “그런 분들이 오실 우려가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