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고르는 재미' 있는 기아 신형 K5
by김형욱 기자
2015.07.27 01:0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기아자동차(000270)가 지난 15일 선보인 중형 세단 K5 2세대 신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폭 확대다. 엔진 형태별로 배기량 2.0ℓ 가솔린 엔진부터 1.7 디젤, 1.6 터보, 2.0 터보, 2.0 LPG까지 5개다. LPG 모델을 빼고라도 고르는 재미가 있다.
현대 쏘나타도 비슷한 시기 위 5개 엔진 형태에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2개 모델을 더한 7개 모델을 내놓기는 했다. K5는 한술 더 떠 디자인에도 변화를 줬다.
터보를 뺀 3개 모델에 무난한 디자인의 MX(모던 익스트림)과 좀 더 스포티한 SX(스포티 익스트림)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총 8가지 조합이다. HEV도 나올 거란 걸 고려하면 9~10가지다.
의미 있는 변화다. 한 모델의 라인업 다변화는 유럽 고급차의 특징이다. BMW의 중형 모델 3시리즈는 지난해 이후 국내 판매된 모델만 헤아려도 15종이다. 모델 세분화는 브랜드 고급화의 산물이다. 현대·기아차도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22일 이중 주력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2.0 가솔린(노블레스 스페셜·MX)과 1.7 디젤(노블레스·MX) 2개 모델을 경기도 고양 일대에서 약 2시간 120㎞에 걸쳐 미리 체험해봤다. (사진=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 기아 신형 K5 1.7 디젤 SX 헤드램프와 그릴 디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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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탄 K5 1.7 디젤의 강점은 단연 연비였다. 공인 복합연비가 16.0㎞/ℓ(도심 14.8, 고속 17.8)다. 평균 80㎞ 이상 고속도로 위주로 시승한 결과 실연비는 18.2㎞/ℓ가 찍혔다. 짧은 시승이었던 만큼 이따금 거칠게 몰았으나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시승 모델은 한국타이어 벤투스 S1노블2 18인치를 기본 탑재했다. 인치를 낮추면 더 높은 연비를 낼 수 있다.
게다가 조용했다. 앞서 동급 현대 i40 1.7 디젤 모델을 탔을 때도 느꼈으나 국산 디젤 엔진 기술은 최소한 소음 면에선 5~10년 전과 확연히 다르다. K5 디젤도 i40와 같은 1.7 디젤 엔진에 7단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DCT)의 조합이다. 세팅도 연비와 소음·진동 최적화에 맞춰진 듯하다. 공회전 소음은 K5가 i40 때보다도 조용하다. 정차 때 시동이 꺼졌다 켜지며 연비를 높이는 스톱&스타트 기능도 있다.
잘 달리는 느낌은 아니다. 무난히 가속하지만 폭발적이진 않다.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34.7㎏·m다. 고속 주행에서의 에코·노멀·스포트 3개 주행 모드를 제공하는데 그 차이가 확연친 않다.
최고급 사양에도 차선이탈경보장치나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해 주는 정속주행장치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등 고급 안전장치가 없다.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스피커도 2.0 가솔린 고급형은 준고급 사운드 시스템 JBL을 쓰는 반면 1.7 디젤은 일반형이다. 기본 가격이 비싼 만큼 가솔린 모델 대비 안전·편의옵션을 뺀 듯하다. 1.7 디젤 옵션별 4개 모델 가격은 2480만~2920만원이다.
| 기아 신형 K5 1.7 디젤 SX 18인치 타이어 공인 복합연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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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K5 2.0 가솔린 모델은 첨단 편의·안전장치가 돋보였다. 최고급 모델인 노블레스 스페셜(2870만원)에 옵션가 195만원의 드라이빙 세이프티 패키지를 선택해야 하지만 편안함을 추구한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추돌위험 때 스스로 멈추는 긴급제동보조장치(AEB)를 비롯해 ASCC, 차선이탈 경보, 후측방 경보 장치 등이 대거 탑재돼 있다. AEB의 개입이 늦은 감은 있었으나 장시간 주행이 많다면 ASCC는 참 매력적인 기능이다.
디젤이 연비를 고려했다면 가솔린은 좀 더 달리고 즐기는 데 충실한 느낌이다. 2.0 가솔린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최고출력 168마력, 최대토크 20.5㎏·m의 힘을 낸다.
배기량이 큰 만큼 고속 주행도 즐겁다. 고속 주행에서의 핸들 반응도 주행 모드에 따른 변화도 디젤보다 크게 느껴진다.
대신 연비는 낮다. 18인치 타이어 기준 공인 복합연비 12.0㎞/ℓ(도심 10.7, 고속 14.1)다. 디젤과 같은 조건에서의 고속주행 실연비는 11.8㎞/ℓ였다. 디젤은 표시된 수치 이상이었다면 가솔린은 수치에 못 미친다. 스타트&스톱 기능도 안 쓴다.
5개 모델 가격은 2245만~2870만원이다.
이날 시승 땐 MX 디자인만 타 봤는데 SX도 매력적일 듯하다. 앞 디자인도 더 스포티하고 핸들도 밑이 깎인 D컷 형태다. 페달도 다르다. 개인적으로 디젤이라면 MX, 가솔린이라면 SX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1.6 가솔린 터보나 2.0 가솔린 터보의 성능도 궁금하다. 각각 180마력, 245마력의 고성능 모델이다. 현대·기아차의 터보 모델은 분명 힘은 좋지만 아직 익숙지 않다. 이번엔 어떻게 세팅 됐을까. 또 나중에 K5 2.0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나온다면 1.7 디젤 중 어떤 모델이 더 좋을까. 고르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