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시즌, 골퍼들의 침침한 눈은 '타수 늘리기의 주범'

by이순용 기자
2015.06.07 04:23:51

골프에 근시는 치명적... 백내장. 녹내장 있다면 선글라스 착용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기업의 영업담당 임원인 박모씨(48)는 파란 잔디가 골퍼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골프시즌이 돌아왔지만 필드를 나가기가 부담스럽다. 노안에 백내장까지 겹쳐 공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업무상 골프를 칠 때엔 동반자의 공이 잘 보이지 않아 공치는 소리로 대충 감을 잡아 ‘나이스 샷!’을 외쳤다. 그러다보니 OB나 벙커에 빠졌을 때도 ‘나이스 샷!’을 외쳐 동반자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 골프에 치명적인 근시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시력은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골퍼는 시력이 나쁘면 공의 속력을 눈으로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근시가 치명적이다. 타이거 우즈는 지난 1999년 라이더컵을 마친 후 첫번째 라식수술을 받은 지 8년여 만에 두번째 수술을 받았다. 근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좋은 시력은 훌륭한 골프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임에는 틀림없다. 정확한 샷을 하기 위해서는 눈으로 올바른 정보를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질환으로 시력에 문제가 있다면 골프는 즐거움이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만 안겨준다.

요즘은 골프가 대중화돼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 중엔 젊은 층도 많지만 그래도 아직은 40대 이상 중장년 층이 대부분이다. 이 연령대는 노안이 시작되거나 안구건조증을 비롯해 백내장, 녹내장이 찾아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필드에서 정확한 샷을 해야 하는 골프에서 시력이 조금만 떨어지거나 초점이 흔들려도 골퍼는 큰 불편을 느낀다. 특히 여성 골퍼들은 조그만 시력 변화에도 민감하다.

김무연 GS안과 원장은 “시력이 좋지 않은 골퍼들은 퍼팅의 정확도가 떨어져 스코어가 나빠지기 때문에 시력에 민감해진다”며 “골프를 치다 평소에 느끼지 못한 작은 이상을 발견하여 안과를 찾는 사람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안경보다 렌즈 착용이 낫다



노안이 오면 처음에는 먼 곳과 가까운 곳을 교대로 볼 때 잘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근시인 상태에서 노안이 오면 처음엔 차라리 안경을 벗는 것이 더 잘 보일 수도 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게 된다. 이런 증상은 조명이 어두운 곳이나 이른 아침, 몸이 피곤할 때 더욱 심해진다. 또 멀리 날아가는 공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안경을 쓰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땀으로 인해 안경이 흘러내릴 수 있고 샷 순간 몸 이동시 안경의 흔들림으로 실수할 수 있다. 이런 문제로 프로 골퍼들은 대부분 안경 대신 시력교정 수술을 하거나 교정렌즈를 착용한다. 프로 골퍼들 중에 안경 착용자가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경이 불편하다면 렌즈를 착용하는 것도 좋다. 노안용 산소투과성(RGP) 렌즈는 젊었을 때부터 RGP 렌즈를 착용했던 사람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건조안이 없는 건강한 눈에 노안이 왔다면 노안용 다초점 소프트 렌즈를 착용해 보는 것도 괜찮다.

◇백내장이나 녹내장 있다면 선글라스 착용

골퍼들의 시력에 가장 큰 훼방꾼은 백내장, 녹내장 등 노인성 질환이다. 백내장은 수정체 섬유의 단백 분자량이 증가하면서 서서히 투명성을 잃게 되어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이다. 골프칠 때 시야가 뿌옇게 보이거나 물체가 겹쳐 보이는 증세가 나타난다면 백내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백내장은 노화로 인한 것 외에 오랜 기간 자외선 노출도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무연 원장은 “자외선을 많이 쬔 사람일수록 백내장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며 “하루 중 자외선 노출이 가장 많은 오전 10시부터 2시 사이에 골프를 친다면 꼭 선글라스나 창이 넓은 모자 등을 착용해 눈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녹내장에 걸린 사람은 시야가 좁아 보일 수 있다. 녹내장은 평소 증세로 병세를 파악하기 어려운 질환으로 자각증세를 느낀 정도라면 이미 많이 진행되어 시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필드에 섰을 때 주변의 나무가 보이지 않고 시야가 좁아짐을 느낀다면 녹내장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신속하게 검사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