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신동빈 회장 "좋다"고 한 클라우드, 어떤 맛?
by이승현 기자
2014.04.07 06:00:00
미션 ''한국 맥주 맛의 수준을 높여라''
정통 유럽식 맥주 콘셉트 잡고 개발
오리지널 그래비티 적용, 맛·향 풍부
마케팅비용 300억원, 2.5% 시장 잡는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 3월말, 신동빈 회장이 주재하는 롯데그룹의 중역회의장. 이재혁 롯데칠성(005300)음료 사장은 긴장된 표정으로 회의에 임하고 있었다. 롯데그룹이 처음으로 출시하는 맥주의 최종 제품을 신 회장과 중역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기 때문. 지난 3년간 수십 가지 맛을 시험하며 완성시킨 제품이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드디어 충주공장에서 생산한 맥주 시제품이 신 회장을 비롯해 중역들에게 제공됐다. 천천히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킨 신 회장의 입에서 “좋다”는 말이 나왔다. 회의 직후 이 사장은 이 소식을 롯데주류 영업본부와 충주공장에 알렸다. 회사와 공장에서는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 롯데주류 충주공장에서 클라우드 맥주 캔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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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주류가 지난 4일 충주공장에서 맥주 신제품 ‘클라우드’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회사 관계자들은 차별화된 맥주 맛을 내기 위한 노력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그룹의 관심 사업인 맥주 사업을 시작하면서 롯데주류가 받은 미션은 ‘국내 맥주의 맛에 대한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맛있는 맥주’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롯데주류는 우선 소비자 조사를 했다. 맥주를 마실 때 풍부한 거품과 거품의 지속시간에 대한 요구가 높게 나왔고, 맥주 종구국인 독일식 맥주를 선호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통 유럽식 맥주’라는 콘셉트를 잡고, 영국과 독일의 맥주연구소와 함께 연구에 착수했다.
맥주를 만들 때 먼저 선택해야 할 것이 제조 공법이었다.
기존의 국산 맥주는 하이 그래비티 공법을 사용하는데, 맥주원액에 물을 섞어 만드는 것이다. 가볍고 상쾌한 맛이 특징이고 제조 효율성이 높다. 반면 맥주의 거품이 적고 오래 유지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 유럽 맥주들이 사용하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은 맥주원액에 물을 섞지 않고 그대로 담는 것이다. 맛과 향이 풍부하면서도 거품이 풍부하고 오래 지속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맛의 균일성을 유지하기 힘들고 원가가 올라간다는 것이 문제였다.
우창균 롯데주류 마케팅 담당 이사는 “효율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맛이 탁월한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도입하기로 하고 관련 설비를 독일에서 들여와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원료도 유럽산 호프 2종을 최적의 배합비율로 제조했고, 하면발효에 최적화된 독일 효모를 사용했다. 또 100% 맥아(Malt)를 사용해 품질을 높였다.
맥주의 향과 맛을 깊게 해 주는 멀티 호핑 시스템(Multi Hopping System)도 적용했다.
이렇게 탄생한 ‘클라우드’는 실제로 마셔보니 기존의 국산 맥주들과는 확연히 맛이 달랐다. 거품이 풍부하고 유지되는 시간도 길었고, 맛이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향이 풍부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았다. 실제로 프리미엄급 수입맥주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생맥주와 병맥주의 맛 차이가 컸다. 이런 평가를 들은 회사 관계자는 “최종 제품을 출시하기 전까지 이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 클라우드 맥주를 생산하는 롯데주류 충주공장의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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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주류는 올 한해 ‘클라우드’에 3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어 시장점유율 2.5%를 차지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음료 전체 광고예산이 25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롯데주류 충주공장은 연간 생산 능력 5만㎘로 병맥주, 캔맥주, 케그(KEG, 생맥주를 담는 통)맥주를 생산하는 3개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1분에 병맥주 600병, 캔맥주 500캔, 케그는 1시간에 90케그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 말까지 증설을 완료해 생산 능력을 10만㎘까지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