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사장 "`1조 손실` 메릴린치 지분매각 검토..이달중 결론"

by이정훈 기자
2014.01.15 05:24:31

안홍철 사장 "전담팀 꾸려 매각여부-대체투자처 검토"
"부동산-PEF 등 대체투자 비중 30%까지 확대"
"자체 리서치센터 구축..연내 운용자산 1천불 확대 기대"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20억달러(약 2조1100억원)를 투자했다가 1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 손실을 낸 한국투자공사(KIC)가 이달중에 지분 매각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또 KIC는 중기적으로 포트폴리오 내에서 부동산과 인프라 스트럭쳐(사회간접자본), 사모펀드(PEF),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 비중을 당초 계획보다 높은 30%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월가 투자은행들과 회동을 위해 뉴욕을 방문하고 있는 안홍철 KIC 사장은 14일(현지시간)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 손실이 1조원에 이르는 만큼 추가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출장 이후 한국으로 돌아간 뒤 이르면 이달중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며 “취임 이후 꾸린 전담팀을 통해 일단 메릴린치의 향후 주가 등을 전망한 뒤 지분을 처분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만약 처분하게 된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장기 투자대상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메릴린치 지분을 대체할 투자처를 찾는다면 그 대상 역시 큰 규모로 저가에 매입해 장기 보유한 뒤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사장은 또 “우리와 함께 메릴린치에 투자했다가 먼저 손절매했던 싱가포르투자청(GIC)도 투자 실패 이후 지금까지 5년 이상 자체 리서치센터를 구축 중”이라며 “우리도 KIC 내에 자체적인 리서치센터를 세울 것이며 현재 리서치 인력을 좀더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대체투자나 재무적 투자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만큼 이같은 리서치 능력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대체투자(AI) 확대 의지도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기존 KIC가 마련한 전략에 따르면 중기적으로 전체 포트폴리오 내에서 대체투자 비중을 20%까지 높인다고 돼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를 30%까지 더 확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PEF와 헷지펀드, 부동산 및 인프라 스트럭쳐, 에너지를 비롯한 자원,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KIC의 대체투자 비중은 현재 8% 수준이다.

아울러 안 사장은 KIC 자산 위탁운용에 대해서는 ‘수비형 자산운용’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게 아니라 손실을 내는 투자를 과감하게 줄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인 외환보유고를 운용하면서 손실을 내는 위탁기관은 과감하게 버리겠다는 것”이라며 “실제 이번 출장에서도 잘하는 위탁기관은 더욱 독려하면서도 실적이 좋지 않은 기관에게는 운용 계약을 끊을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국내 운용사 가운데서도 삼성투신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가운데 손실을 낸 미래에셋에서는 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외부 펀드매니저(external fund manager)의 숫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되 개별 매니저에 위탁하는 자산규모를 더 늘리려고 한다”며 “최근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도 이같은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올해 KIC 운용자산 규모 확대에 대해서는 기대를 표시했다. 안 사장은 “현재 KIC 자산운용 규모는 660억달러 수준인데, 올해말까지는 1000달러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미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이 통과되면 자산이 늘어날 것이고, 한국은행 총재가 교체되고 나면 추가로 200억달러 정도 위탁자산을 늘려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 사장 또 “이미 미국 시장금리 상승에 대비하고 있다”며 “보유하고 있는 채권 듀레이션(평균 잔존만기)을 줄이고 장기채권 대신 단기채권을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롱-숏전략을 통해 금리 상승 리스크에 헤지하는 전략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만난 월가 전문가들도 미국 경제가 본격 회복되면서 기준금리 인상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용의 주도한 재닛 옐런 연준 차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로 강한 긴축정책을 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며 “대부분 완만한 형태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거나 블랙록 같은 곳에서는 이미 금리 인상이 반영됐다고 보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