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퇴직연금 시장 "나 어떡해"
by신상건 기자
2013.06.24 06:00:00
올해 3월 점유율 31.5%…하강곡선 그려
은행 점유율 절반이상 차지…"접근성 등 앞서"
"설계사 인식전환 ·보험사 적극 지원 필요"
[이데일리 신상건 김보리 기자]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험사들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보험 설계사들에게 퇴직연금 판매가 허용돼 분위기 반전이 기대됐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21조 4959억원을 기록해 전체의 31.5% 비중(점유율)을 차지했다.
보험사들의 점유율은 2011년 3월 33.7%, 2012년 3월 32.7%를 나타내는 등 꾸준히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40% 후반대 점유율을 기록하던 은행권은 처음으로 전체 비중의 절반을 넘긴 51%(25조 1118억원)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전체 금융권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많아지고 있지만, 비중을 봤을 때 은행으로 차츰 쏠리는 분위기”라며 “대출 등으로 기업에 대한 지배력이 높은데다 접근성이 높아 가입자들이 은행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퇴직연금 운영에 부담을 느낀 메리츠화재(000060) 등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은 아예 퇴직연금 사업을 접었다. 퇴직연금은 일정 수준의 적립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관리비 등 비용부담만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모집인 제도가 예상만큼 활성화되고 있지 않은 점도 한 이유로 꼽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퇴직연금 모집인 제도를 도입해 보험 설계사들에게 퇴직연금을 판매할 길을 열어줬다. 그동안 퇴직연금은 퇴직연금 사업자 소속 직원들만 다룰 수 있었다.
그러나 고령화 등으로 노후 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소기업 등에도 퇴직연금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교육이수와 검정시험 등을 통과하면 보험 설계사들도 퇴직연금을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애초 제도를 만든 취지와 달리 ▲보험사들의 자격시험 지원 축소 ▲다른 상품에 비해 높지 않은 수수료 등 여러 원인이 얽히고설키면서 시험 응시인원 수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응시 인원은 첫 시험을 치른 지난해 12월 9000여 명을 기록한 뒤 올해 1월과 2월 각각 3000여 명, 3월 5000여 명, 4월 1200여 명, 5월 1300여 명을 나타내고 있다. 설계사와 대리점 등 보험 모집인들이 약 40만명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치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찾기 위해 퇴직연금 모집인 제도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퇴직연금을 단순히 금융상품이 아닌 직장 생활 이후 국민의 안정적인 삶을 돕는 한 제도라는 설계사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