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구의 Car Talk] 전기차 순항을 위한 전제 조건

by이항구 기자
2011.11.24 07:25:20

전기자동차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60여년 전인 1842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마차를 대체한 자동차가 전기의 힘으로 달린 것이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휘발유 내연기관이 등장하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1970년대의 유가 폭등은 1990년대 초 전기자동차를 부활시켰으나 가격, 성능, 충전하부구조 등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유가마저 하락하자 자동차 업체의 창고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환경과 에너지 문제가 인류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고 자동차산업이 이러한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자, 전기차는 먼지를 털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이미 각국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힘을 합쳐 전기차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소위 G2는 자국 자동차 산업의 회생과 도약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전기자동차 산업에 쏟아 붓고 있다.
 
전기자동차 산업을 육성하려면 기술, 제품, 산업과 정책의 다중 융합(Trivergence)이 필요하다. 아울러 내연기관시대와는 다른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도 조성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전기자동차와 관련 하부구조를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고 관련 기업들도 정부 지원에 상응하는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도로나 주차장에서 전기자동차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둘러 국내 전기차시대를 개척했던 중소업체들이 하나 둘 생산을 포기하거나 상용화에 차질을 빚고 있고, 완성차 업체들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고속 전기차라도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가격과 성능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오랜 충전 시간과 충전 하부구조의 미비도 전기차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미국 GM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볼트의 화재는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 마저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국내 전기차 관련 업체간 협력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이다. 선진국 기업과 중국 기업들도 새로운 협업 생태계를 조성해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거나 상용화하고 있으나, 국내 대다수의 부품업체들은 전기차에 대한 정보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전기자동차는 우리나라가 녹색산업의 선도국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국내에서 전기차와 관련한 부정적인 시각과 비판이 일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볼 때 전기차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의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할 게 아니라 대승적인 차원에서 전기차의 난제 해결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관련정책 개발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전기자동차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우리 업계의 준비가 부족할 경우 신속한 추종자로서의 지위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