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속에서 반사익 본 석유화학업계..반등세 지속될까

by이창균 기자
2010.08.11 07:30:00

영향 단기적..하강 국면 흔들진 못해
3분기 영업익 전기비 15~20% 감소할 듯

[이데일리 이창균 기자]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 대만 포모사 공장 화재 여파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반등세다. 에틸렌 가격은 한 달새 톤당 100달러 가량 올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석유화학 업황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반기 둔화 전망을 깨고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시나리오가 재현될 것이라는 바람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란과 대만발 재료의 영향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중동에서의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증권가에서는 업황이 둔화되면서 석유화학 업체들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대비 15~20%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주(6일 마감) 국제 에틸렌 가격은 톤당 867달러를 기록했다. 스팟 가격 기준으로는 한때 900달러선까지 치솟아 지난달 저점 대비 100달러 가량 뛰었다. 6~7월 큰 폭의 하락분을 어느 정도 만회한 셈이다.

에틸렌은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통해 나프타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석유화학 제품. 해당 업체나 국가의 석유화학 생산능력 지표로 활용된다.

다른 기초 석유화학 제품인 프로필렌 가격도 반등세다. 7월 넷째주(23일 마감) 톤당 1071달러에서 지난주 1191달러로 120달러 가량 올랐다.  
 



그러나 호남석유화학(011170)과 LG화학(051910), SK에너지(096770) 등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은 이같은 반등 추세가 `반짝`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 중국·중동 증설 물량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고, 수요 측면에서는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대만 석유화학 업체 포모사의 화재 등이 업황 개선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

업계 관계자는 "중국·중동의 증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인도 등 신흥시장의 수요 결여도 문제"라며 "하반기 급격한 경기회복으로 공급과잉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업황은) 올해 말까지 하강 국면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대 이란 제재가 수급 상황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시장은 이란 의존도가 낮았던 만큼 이란 사태가 가져오는 영향도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제품은 해당 사태와 무관하게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을 겪고 있다.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동 지역에서 새롭게 NCC 설비를 가동하거나 증설하는 규모는 465만톤에 이른다.



상반기 급락했던 에틸렌 가격은 7월 이후 이미 예상했던 최고치까지 치솟은 상태. 전문가들은 이같은 급등세가 조만간 한풀 꺾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LIG투자증권의 김영진 연구원은 "7월말 840~900달러선에서 거래된 에틸렌 가격은 910~920달러선 이상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최근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세는 배럴당 80달러선까지 치솟은 유가 상승분이 반영된 것"이라며 "원가와 판가 사이 스프레드도 그대로여서 `본격적인 수요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3분기 석유화학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15~20% 가량 감소할 것으로 김 연구원은 내다봤다.

대신증권의 안상희 연구원도 "최근 유가 상승 영향으로 중국내 재고량이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업황이) 단기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증설 물량을 감안할 때 업황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별 제품 가격이 실제로 업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1개월 가량 소요된다. 이에 따라 부진했던 6~7월의 실적은 3분기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