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단타 매매 성행..`투자주의보`

by조진형 기자
2007.07.13 08:10:00

남궁견 회장, 실미디어 단타매매 `두달새 두배`
김정실 회장, 경영권 단타 `반복`..CRC펀드마저도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상장사 경영권을 인수한 후 단기에 팔고 나가는 이른바 '경영권 단타 매매'가 성행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잦은 경영권 변동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머니게임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영권을 인수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꾸린 뒤 한달, 심지어는 일주일도 되지 않아 회사를 되파는 사례도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남궁견 회장은 실미디어(052310)를 인수한지 2개월도 되지 않아 2배 가까운 차익을 챙기고 되팔았다. 남궁 회장이 지배하는 하나모두와 고려포리머, 사이언스에듀가 실미디어 보유주식 28만주(7.56%)를 이강희 전 케이앤컴퍼니 전무에게 매각한 것.

지난 5월18일 김주현 전 대표에게서 경영권을 인수한 지 두달도 안된 재매각이다. 지난달 29일 임시주총에서 새로운 경영진을 꾸린 기준으로는 보름여만이다. 남궁 회장측은 두달도 안돼 두배 가까운 차익을 남겼다. 남궁 회장측은 실미디어를 27억원(주당 964원)에 매입, 이강희씨에게 52억원(주당 1857원)에 팔아 25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남궁 회장측은 5월 경영권 계약 당시에는 45억원에 사오기로 했지만 실제 인수가격은 27억원으로 대폭 조정됐다. 주가가 경영권 계약이 공시된 후 930원에서 6월 한때 485원까지 떨어져 인수가격도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남궁 회장측의 인수 이후, 실미디어는 10대 1 감자, DKR측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물량 출회, 소액 전환사채 발행 결의 등 주가 악재요소가 잇따랐다.

막상 이번 새로운 M&A 계약을 앞두고 실미디어 주가는 세 차례 상한가를 포함해 닷새 연속 급등세를 타면서 870원까지 오르며 급락후 급등세를 타고 있다.



대유(001190) 경영권 재매각은 실미디어의 사례보다 더 빠르게 이뤄졌다. 6월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진이 선임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난 8일 주인이 또 바뀌었다. 대유는 최근 3개월 동안 경영권 양수도 계약이 세 차례나 맺었다.



5월15일 대유 경영권을 인수한 기호영 이사는 보유주식 350만주와 경영권을 리차드 리(Richard H. Lee)씨에게 115억원에 매각했다. 50여일만에 재매각한 것. 새로운 경영진이 지난달 29일 임시주총에서 짜여진 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발생했다. 기 이사는 1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대유는 앞선 화이델인베스트코리아의 투자회사 에프엔파트너스가 4월 대유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한달만에 해지하기도 했다.

대유 경영권 단타매매를 한 실질적인 주체는 기호영씨가 아니라 SY그룹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SY그룹의 지주사격인 SY는 주가조작으로 실형을 살고 있는 이성용씨의 가족들이 인수해 눈길을 끈 상장사로 최근에는 대우일렉 IS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대유 관계자는 "SY그룹에 편입됨에 따라 지난달 회사를 서울에서 분당으로 이전해 SY와 같은 층을 쓰고 있다"면서 "하지만 SY측에서 회사를 팔아 다시 이사를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유는 SY를 비롯해 대한은박지, 밸코정보통신(SY정보통신) 등 SY그룹와 함께 분당 서현동 퍼스트타워 10층에 위치하고 있다.

SY그룹측은 5월 중순 대유를 인수하자마자 SY캐피탈 대주주로 이성용씨와 같이 일한 경력이 있는 박종국씨를 경영지배인으로 파견하기도 했다. 직후 파인디지탈 323억원 규모 지분을 취득하기로 했다가 해지하고, 임시주총에서 박종국씨를 비롯해 이성용씨의 친동생인 이정숙씨 등을 이사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했다가 실제 주총에서는 모두 새로운 이사들을 선임해 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기호영씨는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박종국씨나 이정숙씨 등 SY그룹 일부 관계자들이 사무실에 공실이 있다고 해 회사를 이전한 것일 뿐"이라며 "대유와 SY그룹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자일랜 성공신화로 유명한 김정실 회장은 연거푸 경영권 단타매매에 성공하며 재미를 봤다.

김 회장이 이끄는 에스에프인베스트먼트는 3월14일 썸텍(056020)을 사들인 후 두달후인 5월 중순 20%대의 수익을 보고 되팔았다. 5월14일 인수대금 220억원 가운데 절반인 110억원을 잔금으로 치른지 사흘만의 내다팔아버린 것이다. 2월 에스켐의 지분 재매각 과정에서도 김 회장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구조조정조합(CRC)도 설립 목적과 달리 경영권 단타매매에 동참하고 있다.

두산그룹 계열 창투사 네오플럭스가 주도한 '국민연금06-2 네오플럭스 기업구조조정조합'는 지난달 케이에스피 인수 다섯달여만에 웅진캐피탈과 대우증권이 설립한 르네상스1호 PEF에 전격 매각했다. 네오플럭스측은 2월 케이에스피를 284억원에 인수해 무려 605억원에 넘겼다.

지난 3월 한국기술투자의 KTIC11호기업구조조정조합도 소예 경영권을 인수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60% 가까운 차익을 남기고 회사를 넘긴 적이 있다.
 
사모투자펀드(PEF)나 사모M&A펀드는 경영참가 지분 공시 이후 6개월간 차익실현을 할 수 없도록 보호예수가 의무적인 반면, CRC펀드는 이런 최소한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나치게 자주 경영권이 바뀌는 기업의 경우 기업가치 하락 가능성이 커,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