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근모 기자
2005.06.10 05:21:26
"미국 경제 탄탄..점진적 금리인상 지속"
[뉴욕=edaily 안근모특파원]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9일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다시 한 번 피력했다. 경제는 우려와 달리 단단한 뿌리를 내린채 성장하고 있으며, 물가도 잘 억제되고 있다는 것.
그는 따라서 앞으로도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금리인상 사이클을 야구경기에 빗대 "이달말로 통상 마지막회인 9이닝에 접어들게 된다"고 한 로버트 피셔 달라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지난 1일 발언을 부인한 셈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아울러 일부 지역의 주택투기와 이를 조장하는 공격적인 대출영업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 물가 안정 속에서도 금리인상을 지속하는 배경중 하나가 여기에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경기전선 이상무"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상하 양원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미국 경제는 매우 탄탄한 기반 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제지표들이 반등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연초의 경기가 부진했다고 해서 경제활동 속도가 심각하게 둔화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지난번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신중한 금리인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힐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점진적인 긴축이 지속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올해 들어 경기가 빨라졌다가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변동은 주로 유가 등락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 1년간 불규칙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대체로 잘 굴러갔다고 평가했다. 그 예로 지난 1년간 성장률이 3.7%에 달했으며, 5월 실업률은 2001년 9월이후 가장 낮은 5.1%를 기록했다는 점을 꼽았다.
◆"물가 잘 억제..노동비용이 제품가격에 전가될 지 불분명"
물가와 관련해서도 그린스펀 의장은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하고 "연준은 앞으로도 인플레 압력을 주의깊게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미국의 노동비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비금융 업종의 이윤율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에너지 이외의 부문에서도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면서도 "단위노동비용의 증가가 근원물가로 전가될 것인지, 아니면 마진율 하락으로 흡수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장기금리 하락, 집값 급등 부채질"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1년간 가장 놀랄만한 일은 장기금리의 움직임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이 것이 주택 및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말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작할 당시 4.8%이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단기금리가 2%포인트나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4%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주택대출 금리는 주로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에 연동돼 있다. 중앙은행은 보통 단기금리 인상을 통해 장기금리 상승을 유도, 거시경제의 냉각을 유도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이런 파급경로가 작동하지 않아 정책 유효성이 크게 약화됐다.
그린스펀은 "연준은 이런 장단기 금리의 움직임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립적 금리수준, 지금은 모르지만 도달하면 알게돼"
유타주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 로버트 베네트는 청문회에서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연준의 물가억제 능력을 금융시장이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오는 8월회의까지 금리를 3.5%로 두 차례만 더 올리면 경기를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중립적인 금리수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그린스펀 의장은 "어느 선이 중립적인 금리수준인지 알기 어렵다"며 직답을 피한 채 "일정 시점에 가서는 전에 감지하지 못했던 수준의 균형을 느끼면서 중립적인 금리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만 답했다.
아직은 중립적인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금리인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위험한 대출행태에 우려..주택투기 부추겨"
그린스펀 의장은 "주택시장의 큰 거품(bubble)이 전국적으로 존재한다고는 믿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못할 수준으로 올라 있는 거품(froth)의 신호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 증가세와 하찮은 수준으로 떨어진 저축률도 장기적으로 우려할 사항이라고 꼽았다.
그는 이어 "위험한 대출행태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빚으로 집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원금상환이 없이) 이자만 내는 대출이 유행처럼 번지고, 특이한 형태의 변동 금리 모기지들이 도입되는 것도 특히 걱정하고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다만, "주택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런 경우에도 거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