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논란, 다우1만 방어..나스닥1%↓

by정명수 기자
2004.05.15 05:32:32

달러 약세..국채 수익률 급락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다우도, 나스닥도 하루 종일 시소를 탔다. 다우는 1만선을 끝까지 지켰고, 뒷심이 부족했던 나스닥은 1% 이상 떨어졌다. "인플레냐, 경기회복이냐"를 놓고 월가의 주식 투자자들은 번민을 계속했다. 다우는 오후 들어 1만선을 회복한 후 매매공방을 계속했다. 나스닥은 한 때 1900선이 무너졌으나, 보합선까지 회복했다가, 장막판 재차 1900선까지 밀렸다. 경제지표가 봇물을 이루면서 인플레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들은 매도를,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들은 매수를 주장했다. 인플레 우려로 다우와 나스닥은 약보합으로 출발했지만, 기업재고와 산업생산의 긍정적인 신호를 무시할 수 없다는 투자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물가 압력 가시화`가 투자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다우는 9930선까지, 나스닥도 1897선까지 떨어졌다. 주말을 앞두고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이 거듭됐다. 오후 들어 다우는 1만선 수성에 총력전을 펼쳤다. 나스닥도 보합선까지 올라서는데는 성공했지만, 후속 매수세가 따라주지 않았다. 오후장 중반을 넘기면서 나스닥은 체력이 급격하게 소진됐고, 낙폭이 다시 확대됐다. 14일 다우는 전날보다 2.13포인트(0.02%) 오른 1만12.87, 나스닥은 21.78포인트(1.13%) 떨어진 1904.25, S&P는 0.74포인트(0.07%) 떨어진 1095.70을 기록했다. 거래량은 뉴욕증권거래소가 13억3900만주, 나스닥이 15억2600만주였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가가 오른 종목은 1513개, 내린 종목은 1313개였다. 나스닥에서는 1045종목이 오르고, 1987종목이 떨어졌다. 주간 기준으로 다우는 1%, S&P는 0.3% 떨어졌다. 나스닥은 0.7% 하락했다. 달러는 주요 경쟁국 통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냈고, 국채 수익률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채권가격 상승) ◇인플레 vs 경기회복 노동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대비 0.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0.3%를 밑도는 것이다. 그러나 식품,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지수(core CPI)는 0.3% 상승, 예상치 0.2%를 웃돌았다. 근원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1.8% 상승, 2003년 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도쿄미츠미시은행의 크리스 럽키는 "가격 압력이 중간재에서 최종 생산물 소비 단계까지 침투하기 시작했다"며 "인플레 압력이 몇년만에 처음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4월까지 CPI는 연율환산으로 4.4% 상승했다. 근원지수는 연율환산으로 3% 상승, 지난해 같은 기간의 0.9% 상승의 3배에 달했다. 최근 가솔린 가격의 상승을 감안할 때 향후 CPI 상승 압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CPI는 전날 발표된 생산자물가(PPI)와 함께 연준리의 금리인상을 정당화시켜주는 지표로 인식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반면 기업재고와 산업생산 등은 호조세를 나타내, "미국 경기가 완연한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상무부는 3월 기업재고가 전월대비 0.7% 증가한 1조205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예상치 0.4% 증가를 웃도는 것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판매도 2.9% 증가해 사상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2월 재고 증가율은 0.8%로 수정됐다. 현재와 같은 판매 추세라면 재고가 소진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1.3개월로 사상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드레스드너클리인워트벤슨의 케빈 로간은 "재고가 쌓인다는 것은 수요가 곧 늘어난다는 뜻"이라며 "1분기 GDP 성장률 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4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0.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0.5% 증가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공장가동률도 76.9%로 200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예상치 76.8%를 웃돌았다. 스코티아캐피탈의 애드리안 워렌은 "왕성한 소비가 생산증가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기업투자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재고와 산업생산 지표에 자극받은 투자자들은 "인플레 걱정보다는 경기회복이 먼저"라며 주식 매수에 적극성을 보였다. 그러나 개장 직후 나온 5월 미시간대 소비자지수가 전달과 같은 94.2를 기록, 예상치 96.5를 밑도는 것으로 나오면서 `반발 매수론`이 급격하게 힘을 잃었다. 유가 상승과 금리인상 우려로 미래의 소비심리가 주춤거리는 것으로 확인된 이상 "굳이 지금 투자위험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 이후 다우는 1만선을 중심으로, 나스닥은 1900선을 중심으로 밀고 밀리는 매매 공방을 벌였다. ◇자금 이탈 불안한 투자심리를 반영, 주식 투자자금이 속속 시장을 이탈하고 있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펀드자금조사기관인 트림탭스에 따르면 지난주(12일 기준) 주식형 펀드에서 7억달러의 투자자금이 유출됐다. 인터내셔날펀드로는 1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고, 채권형 펀드에서는 36억달러가 유출됐다. 트림탭스의 칼 위텐버트는 "최근 주식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자금 유출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투자자금 유출이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등 기술주 고전 종목별로는 전날 장마감후 분기 실적을 발표한 델이 3.02% 급락했다. 델의 실적이 월가의 예상과 일치했지만, `그 이상`을 원했던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BEA시스템즈도 전날 예상과 일치하는 실적을 내놨지만,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매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22.54% 급락했다. 시스코시스템즈는 주식 바이백 규모를 50억달러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2.39% 떨어졌다. 반도체 관련주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인텔은 1.46%, AMD는 5.45% 하락했다. 금융주들역시 금리인상 압력에 직면, 하락세를 나타냈다. 시티그룹은 0.67%, JP모건은 0.25%, AIG는 0.30% 하락했다. 유가 상승과 관련, 정유주들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엑손모빌은 1.26%, 쉐브론텍사코는 0.89% 올랐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28달러에서 33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정유주들의 순이익 전망치와 목표가격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