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몰려오는 글로벌 거물들…그들이 탐내는 것은

by조용석 기자
2026.08.16 05:00:04

빌 게이츠 1년 만에 재방한…SMR 공급망 협력
젠슨 황, 지난 6월 한국 방문…피지컬 AI 동맹 확대
올트먼도 지난해 두 차례 방한…AI 인프라 협력
반도체·제조·에너지 갖춘 韓 ‘AI 풀스택 파트너’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글로벌 거물들이 최근 연이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대부분 한 차례 방문에 그치지 않고 수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다시 한국을 찾는다. 왜 그럴까.

16일 재계 등에 따르면 MS 공동창업자이자 차세대 원전 기술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은 지난 14일 한국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과 차세대 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게이츠 이사장의 방한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과 2025년 8월 22일 만나 SMR 사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HD현대 제공)
이번 방한을 계기로 테라파워가 개발하는 나트륨 SMR의 제작·공급망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구체화됐다. 테라파워는 SMR 핵심 역량을 갖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원전 관련 설계·조달·시공(EPC) 경험과 사업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양측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해 8월 방한 당시 “차세대 SMR의 빠른 실증과 확산을 위해 한국 정부의 규제 체계 수립과 공급망 구축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 기업이 테라파워 SMR 사업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는 글로벌 거물은 게이츠 이사장뿐만이 아니다. 젠슨 황 CEO는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 이후 약 7개월 만인 지난 6월 3박4일 일정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방한 기간 삼성전자와 SK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네이버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 6월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갖고 있다.(사진 = 이데일리DB)
황 CEO는 방한 기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한 삼겹살 식당에서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을 만나 화제가 됐다. 소맥을 제조한 최 회장과 고기를 구운 구 회장, 골든벨을 울린 이 의장의 역할 분담도 회자됐다.



황 CEO의 협력 대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그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과는 자율주행과 로봇, 스마트팩토리 협력을 모색했다. LG그룹과는 AI 팩토리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네이버와는 AI 클라우드와 서비스 분야의 협력을 강화했다.

그의 한국 방문은 엔비디아의 사업 확장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가 AI 가속기를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 디지털트윈으로 영역을 넓히려면 AI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할 제조기업이 필요하다. 디지털트윈이란 현실의 사물과 공간, 환경을 가상세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기술이다. 황 CEO가 반도체와 자동차, 로봇, 가전 기업이 밀집한 한국을 최적의 파트너로 판단한 셈이다.

챗GPT로 유명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지난해 2월과 10월 두 차례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2월에는 삼성전자와 SK그룹, 카카오 경영진을 만나 AI 인프라와 서비스 협력을 논의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경영진을 만나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올트먼 CEO는 올해 6월에도 방한을 추진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예정보다 이른 딸 출산으로 방한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또 인공지능(AI) 모델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지난해 4월 한국을 찾았다. 허사비스 CEO는 당시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총수들과 연쇄 회동했다. AI 반도체부터 로봇·피지컬 AI까지 전방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거물의 잇단 방한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AI다. AI 산업에는 반도체뿐 아니라 데이터 센터와 전력 인프라가 필요하다. 또 로봇과 자동차, 가전, 공장 등 AI를 실제 산업에 적용할 제조 기반도 갖춰야 한다. HBM을 비롯한 첨단 반도체부터 자동차와 로봇, 가전, 원전까지 폭넓은 제조 생태계를 보유한 한국이 전략적 거점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한국이 ‘AI 풀스택(Full-Stack) 파트너’라는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 CEO 역시 지난 6월 방한 당시 한국 기업과의 협력 배경으로 반도체 산업과 제조 역량, AI 경쟁력 등을 꼽으며 “이런 역량들의 결합은 한국이 AI 혁명을 활용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