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美대선 D-8…'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by정수영 기자
2024.10.28 00:10:00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전 세계의 관심이 초집중된 미국 대통령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박빙이지만 조금씩 변화의 모습이 감지된다. 선거의 주도권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잡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미국 정치통계 전문가인 네이트 실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했고, 언론 여론조사에서도 경합주 내 트럼프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앞선다는 결과가 늘어나고 있다.
약 10일 전까지만해도 여론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더 호의적인 모습이었다. 지난 9월 TV토론 이후 해리스 부통령이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균열이 생기며 변화가 감지된 건 흑인 남성과 라틴아메리카 이민자 출신인 히스패닉계의 후보 지지율 변화에서다. 최근 시카고대 조사에서 히스패닉 남성의 44%, 흑인 남성의 26%는 각각 트럼프를 찍겠다고 답했다. 해리스 지지는 초기 90%에서 그만큼 감소했다.
‘민주당 콘크리트층’으로 불리는 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측으로 기울기 시작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당장 먹고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르는 물가는 하루 먹거리를 위협한다. 늘어나는 이자 부담과 줄어드는 일자리는 생계를 위협한다.
그런데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를 향해 “민주주의 파괴주의자, 파시스트”라고 발언하며 자신의 정치 철학을 강조했다. ‘정의’ ‘민주주의’는 아주 이상적인 단어들이지만, 당장 먹고 사는 게 중요한 서민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것들이다.
반면 ‘막말의 대가’ ‘거짓말쟁이’라는 비판을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맥도날드에서 서민들에게 햄버거를 파는 모습을 연출하며 물가를 잡지 못하고, 금리만 올린 현 정부를 비판한다. 불법 이민자를 막겠다는 트럼프의 공약도 오히려 그들이 ‘샤이 트럼프’인 이유다. 한 때는 자신들도 그런 처지였지만, 이제는 당당히 미국민이 된 흑인과 히스패닉계 이민자 2세들에겐 새로운 이민자들이 들어와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게 못마땅할 수 있다.
사실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입국에 대한 관세를 최대 20% 더 올려 자국 생산품을 보호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자국 기업에게는 법인세를 대폭 낮추는 등 대규모 감세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관세를 올릴 경우 수입품 가격은 오를 것이고,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하는 커녕 인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결국 서민들의 밥상 물가 부담은 커지고, 서민들이 감내해야 할 이자부담은 더 늘어나게 된다.
세금을 대폭 감면할 경우 기업들이 그만큼 생산품을 더 저렴하게 만들어 물가가 내려갈 것이라는 게 트럼프측 생각이다. 하지만 이는 지금도 나쁜 미국의 재정부담을 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고, 미국은 해결 방안으로 국채를 대거 발행해 달러를 찍어낼 가능성이 높다. 시장금리 상승 압력은 또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우려는 100% 현실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서민들에게 당장 중요한 건 눈앞의 경제 아닐까. 이는 미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잡히지 않는 집값, 주춤한 수출액, 실망스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경제 성적표가 처참하다. 이는 민심을 돌려 세우기 충분한 요소다. 더구나 내년부터 몰아닥칠 가능성이 큰 관세장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아무런 시나리오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1992년 미 대선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경제를 강조한 구호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 구호는 이후 30년 넘게 전세계 유행어처럼 사용돼 왔지만, 지금도 우리 앞에 놓인 숙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