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8.26 05:00:00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파행적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을 둘러싼 정쟁의 늪에 빠져 ‘과학기술’을 팽개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과방위 소관업무 중에서 방송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상임위 이름에서 보듯 과학기술이야말로 본연의 업무다. 우주항공과 원자력 안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 과학기술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며 선진국으로 가는 통로다. 과방위를 각각 과학과 방송을 관장하는 두 개 상임위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5월 말 이후 과방위는 줄곧 정쟁의 한복판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등 이른바 방송 4법을 강행 처리했다. 방통위원장들을 겨냥한 탄핵소추안도 잇따라 발의됐다. 이진숙 현 위원장은 직무정지 상태다. 방송장악 청문회도 세 차례나 열렸다. 그동안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 등 시급한 과학기술 현안은 서랍 속에 묻혔다. 25조원 규모의 과학 분야 연구개발(R&D)예산 심사도 외면받고 있다.
이는 국토교통위가 민생법안을 여야 합의로 잇따라 처리한 것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국토위는 21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다. 택시월급제의 전국 확대 시행을 2년 미루는 택시사업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했다. 두 법안은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또 보건복지위는 여야가 간호법 제정안을 막판 손질하는 중이다.
어느 상임위든 여야 간 갈등을 빚을 수 있다. 그러나 싸울 땐 싸우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과학기술’을 팽개친 과방위는 그 선을 넘어섰다. 6월 하순 국회에서 열린 ‘AI포럼’ 창립 세미나에서 한 AI 전문가는 “논쟁의 여지가 많은 방송법 때문에 과학기술 입법은 속도가 나지 않는다”며 “과방위를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으로 분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나오겠는가. 제약 전문가인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과방위에서 방송을 분리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이달 중순 발의했다. ‘미디어위원회’라는 별도의 상임위를 신설해 방통위 업무를 그 아래 두자는 내용이다. 방송 때문에 과학이 망가져선 안 된다. 여야는 과방위 분리를 진지하게 논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