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7.29 05:00:00
일본 니가타현에 있는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연 회의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21개 회원국의 컨센서스(전원동의)로 이같이 결정했다. 사도광산은 1939~45년에 1500명 이상의 조선인이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강제노역을 당한 현장이다. 이런 곳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녀야 하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데 우리 정부도 동의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2월 “17세기 세계 최대 금생산지를 세계에 알린다”는 명분으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일본이 등재 시기를 에도시대(1603~1868년)로 한정한 것과 관련해 20세기 조선인 강제노역의 역사를 지우려는 속셈이라는 지적과 우리 정부의 반발로 제동이 걸렸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지난달 6일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는 시설물을 설치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등재 보류’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에서 일한 조선인 노동자에 관한 전시 시설을 설치하고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사도에서 열기로 약속했다.
일본 정부의 약속은 우리 정부와의 물밑 협상을 통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은 2015년에 또 다른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군함도를 포함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 공언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전력이 있다. 등재 직후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외무상은 “영어 표현 Forced to Work는 강제노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전체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관은 군함도에서 1000㎞ 떨어진 도쿄에 설치됐다.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의 성명서를 통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일 관계의 선순환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선순환론에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다. 일본이 또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윤 정부의 큰 외교 실책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일본의 약속 위반이 양국 우호와 협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완벽한 후속 조치 이행을 촉구,감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