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윤 기자
2024.04.07 07:00:00
3월 미 고용 30만건 ‘서프라이즈’
연준 금리인하 지연에 소비자물가 주목도↑
ECB 통화정책회의서 인하 신호시 ‘강달러’
4월 금통위 동결 전망, 인하 소수의견 예상
중동 지정학 리스크…국제유가 상승세 변수
“이번주 환율 정점 찍을 듯…상단 1360원”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이번주 원·달러 환율은 뜨거운 미국 고용시장을 반영하며 물가 발표에 대한 경계심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정도에 따라 환율의 방향성이 좌우되는 점은 이번주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에 이어 소비자물가까지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한다면 환율은 연고점을 다시 쓸 가능성도 크다.
지난주 환율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비농업 고용 등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견고하게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지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졌다. 이에 지난 2일 장중 환율은 1356.0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주 후반에는 연준 위원들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과 국제유가 오름세에 환율은 1350원대에 안착했다.
이번주 개장부터 환율은 연고점을 다시 돌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주 장 마감 이후 나온 미국의 3월 고용건수는 예상치를 크게 웃돈 30만건에 달했고, 실업률도 소폭 떨어지는 등 고용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연준의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50%대로 올라섰다.
고용 지표 상승에 오는 10일 발표될 3월 미국 소비자물가(CPI)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3.4% 상승하며 이전치 3.2% 대비 상승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2월 평균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월대비 3.7% 상승하면서 에너지 물가 낙폭이 -4.6%에서 -1.9%로 급격히 축소됐다. 3월 간 유가가 5.0%까지 상승함에 따라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의 일시적 반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소비자물가 추정에 의하면 근원 소비자물가의 경우 3.7%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재용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임금과 주거비 상승세에 유가 반등이 더해지며 헤드라인과 핵심 물가는 각각 전월비 0.4%와 0.3% 상승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며 “비록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물가가 2%대에 진입하지 않아도 차후 금리인하가 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연준 내부의 통일된 목소리로 이어지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금리인하 시점 못지않게 중요한 게 유럽의 금리인하다. 유럽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화 강세는 더욱 지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물가와 더불어 경기 저하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유로존은 미국보다 먼저 통화완화 가능성을 열며 6월 금리인하를 시사할 듯하다. 이렇게 되면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 회의 결과에 따라 달러화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
12일에는 한국은행이 4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연다. 이번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는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수출 경기 회복, 농축수산물 중심 물가 상승 압력 부각에도 내수 부진 속 기타 물가 안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위안화 변동성이 커지며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중국 경제 지표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11일 발표될 3월 중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0.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월의 경우 춘절 연휴가 지난해 1월에서 올해 2월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기술적 반등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월 상승폭은 낮아지겠다.
이 밖에 치솟는 국제 유가도 환율에 변수로 떠올랐다. 중동 지역 리스크로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점은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축소시키면서 환율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물가 안정 국면이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이나, 명목금리 상승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브렌트유 기준 90달러까지 상승한 상황은 물가에 분명한 부담을 주는 레벨”이라고 강조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주 환율이 1350원대에서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구리, 알루미늄, 금 등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오르고 반도체 실적 전망도 나아지고 있어서 원화 강세 모멘텀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이번주 중에 환율은 정점을 찍고 점차 내려올 것이고, 1360원까지는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환율은 1300원 중반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선진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 심화에 따른 달러 강세 재개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시장에서 추세적인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추가적인 원화 약세가 제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