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대한항공 안부러운 예약률…제주항공 매출채권 73% 급증
by김연서 기자
2024.03.27 05:11:15
티웨이·에어부산·진에어도 20% 이상 증가해
일본 등 단거리 노선 열려 항공권 판매 급증
실적 회복 더딘 대형사 매출채권 제자리걸음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업황 한파를 겪었던 항공업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외 중·단거리 여행 수요 확대로 예약 건수가 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의 매출채권이 증가했다. 특히 제주항공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26일 국내 주요 항공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4개사의 매출채권은 45%(542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제주항공 73%(339억원) △티웨이항공 40%(82억원)) △에어부산 26%(51억원) △진에어 21%(69억원) 등으로 모두 20% 이상 늘었다.
매출채권은 일반적으로 기업이 상품을 판매하고 고객으로부터 아직 받지 못한 대금을 의미한다. 기업은 상품을 판매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대금을 받는데, 이때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받아야 할 대금 중 아직 받지 못한 금액을 매출채권으로 기록한다.
항공사의 매출채권은 미래 매출인 항공권 예약 등을 보여주는 지표다. 매출채권이 증가했다면 항공사의 주요 상품인 항공권이 직전 해보다 더 많이 팔렸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외 여행 수요가 폭증하면서 지난해 항공권 구매가 전년 대비 늘었고, 매출채권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제주항공은 지난해 일본 등 단거리 노선이 열리면서 항공권 판매가 급증했다. 항공권 예매 증가로 제주항공의 매출채권은 465억원(2022년)에서 804억원(2023년)으로 전년 대비 73% 확대됐다. 이날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주요 항공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엔 여객기 운항이 줄어들면서 항공권 판매가 줄었다”며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지난해부터 여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항공권 판매 증가 및 매출채권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을 포함한 국내 LCC의 매출채권이 증가한 것은 중·단거리 관광 노선 확장 영향이 크다. 고물가·고환율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여행보다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 좌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실제 LCC의 주력 노선인 일본 노선은 지난해 1938만명의 여객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 중 2023년 지역별 국제선 회복률을 보면 일본이 102.8%로 개별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1년간 이어진 엔화 약세(엔저) 현상으로 여행 비용이 줄었고 항공편 공급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와 LCC는 매출채권 증가세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실적 악화를 면치 못했던 FSC의 경우 매출채권이 거의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채권은 2022년 4017억원에서 2023년 4137억원으로 3%(120억원) 증가했고, 대한항공은 2022년 9595억원에서 9278억원으로 3%(317억원) 감소했다. 장거리 노선을 주력으로 하는 FSC의 노선 회복률이 낮은 탓에 예약률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는 지난해 일본 노선 회복으로 여객수가 증가하면서 실적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작년 매출채권 증가는 중·단거리 노선 회복의 영향일 것”이라며 “수요의 급격한 회복이 있었던 LCC와 달리 FSC는 중·장거리 국제선 노선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매출채권 상승률에서 차이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