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투자 '신라스테이 서대문' 상반기 입찰…매각 성공할까

by김성수 기자
2024.01.19 04:31:22

연초 인수의향서(LOI) 수령…상반기 입찰·우협 선정
리오프닝에 회복…객실점유율·객실단가 ''고공행진''
호텔, 오피스보다 요구수익률 높아…구조화 관건
2022년 3분기부터 용도변경 거래 소진…거래량 위축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한국투자공사(KIC)가 고유자산으로 투자한 ‘신라스테이 서대문’이 올해 상반기 매물로 나온다.

호텔 업황은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덕에 좋아졌다. 다만 호텔은 오피스보다 요구수익률이 높은데다, 최근 서울 호텔 거래규모가 위축된 만큼 매수자 측이 거래종결(딜클로징)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신라스테이 서대문’ 매각 관련 입찰을 진행한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10월 매각자문사로 존스랑라살(JLL)을 선정했고, 작년 말까지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올해 초 인수의향서(LOI)를 받은 다음 올해 상반기 중 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우협)를 선정할 예정이다.

신라스테이 서대문 (사진=호텔신라)
다만 LOI, 입찰 등의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 신라스테이 서대문은 ‘이지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43-1호’에 편입된 자산이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333번지에 위치해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바로 앞에 있다.

호텔에서 경복궁, 경희궁, 인사동, 남산서울타워 등 서울 주요 관광지로 접근성이 좋다. 신라스테이 서대문은 그랜드룸 객실을 포함해 총 319실을 갖췄다. 지하 4층~지상 27층 규모에 부대시설로 뷔페 레스토랑과 피트니스센터, 미팅룸 등을 갖추고 있다.

신탁의 초기 투자자는 KIC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총액 인수한 물량을 셀다운(재매각)했고, KIC는 이 신탁의 수익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이 위탁한 돈이 아닌 고유자산으로 투자한 것. KIC가 고유자산으로 투자한 부동산은 신라스테이 서대문과, 현재 사옥으로 쓰는 ‘스테이트타워 남산’ 2곳이다.

호텔 등 국내 숙박시설업은 지난 3년간 글로벌 팬데믹 환경을 지나 높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호텔 업황이 좋아져서다.

종합 부동산 서비스기업 젠스타메이트가 발간한 ‘2024년 상업용부동산 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호텔 객실점유율(OCC)은 작년 9월 기준 80%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발생 전이었던 2019년 10월 수준(84%)을 회복한 것이다.

객실점유율(OCC)은 호텔의 성과 측정에 필수적인 지표다. 판매된 객실 수를 판매 가능한 객실 수로 나눠서 100을 곱해 계산한다. OCC가 높을수록 객실이 많이 판매됐다는 뜻이며, 100%에 가까울수록 긍정적 지표로 해석한다.



서울 호텔 객실단가(ADR)는 작년 9월 기준 18만3000원으로, 2019년 12월 13만3000원에서 37.6% 상승했다. 객실점유율, 객실단가 모두 오른 만큼 호텔 수익성도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젠스타메이트의 ‘2024년 상반기 투자자 서베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구 및 종로구, 강남구 순으로 호텔 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호텔 투자로 선호하는 지역을 묻는 설문조사에는 중구 및 종로구라고 응답한 비율이 74%로 작년 하반기(58%) 대비 크게 증가했다.

강남을 선호한다는 응답률(58%)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 서베이 보고서는 작년 12월 중순부터 약 10일간 투자사 및 운용사 관련 부서 담당자들에게 제공한 설문을 바탕으로 60여명의 응답을 받아 작성됐다.

다만 호텔은 오피스보다 요구수익률이 높은 만큼 매수자 측이 거래종결(딜클로징)을 성공적으로 해낼지 주목된다. 딜클로징을 하려면 투자자 모집이 잘 돼야 하는데, 이 경우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률을 맞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피스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이 6%라면, 호텔 투자자에게는 7% 수익률을 줘야 한다. 젠스타메이트 서베이 보고서를 보면 상업용부동산에 대한 우선주 투자자가 선호하는 기대수익률은 6~8%대, 보통주 투자자는 15% 이상이 가장 많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텔은 오피스보다 요구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자산”이라며 “높아진 수익률 만큼 가격이 낮으면 가장 좋지만 아직 시장가격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서 보통주 수익률을 낮추고 우선주 수익률을 높이는 식으로 구조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호텔은 일반적으로 보통주 투자자가 많이 들어오는 상품이 아니라서 구조화하기 어렵다”며 “금액 1000억원이 넘는 자산들은 보통주를 어느 정도 깔아줘야 하는데 현재 운영 중인 호텔 자산에 보통주로 들어오는 곳이 많을지 다소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호텔 거래규모가 최근 위축된 것도 우려 요인이다. 젠스타메이트 ‘2024년 상업용부동산 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분기까지는 호텔을 다른 용도로 변경해서 재건축하려는 목적의 거래가 있었다.

호텔 투자목적별 거래 규모 (자료=젠스타메이트 ‘2024년 상업용부동산 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
하지만 2022년 3분기부터는 용도변경 목적의 거래가 소진됐다. 이어 작년에는 용도변경 가능한 물건의 거래가 일단락된 상태에서 호텔 운영을 목적으로 한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종결이 부진했다.

작년 거래된 호텔 금액은 4036억원으로, 2022년 약 2조4000억원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젠스타메이트 관계자는 “서울 호텔의 최근 거래규모는 용도변경 목적 거래가 소진돼서 크게 위축됐다”며 “향후 거래 역시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아 거래규모가 올해보다 소폭 늘어나는 선에서 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