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병호 기자
2023.12.20 00:05:00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
김동현|376쪽|부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도대체 우리가 왜 한국을 지켜줘야 돼? 우리는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어. 한국은 부자 나라잖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50억 달러(약 6조원)로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면서 내세운 논리다. 이는 비단 트럼프만의 주장은 아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미군 주둔 비용을 넘어서 국방, 경제, 외교 등 전방위로 부담 분담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세계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미국이 변한 걸까. 4년여간 미국 펜타곤(국방부)을 출입했던 저자가 그 해답을 찾고자 자신이 직접 작성한 800편이 넘는 취재 기사와 200명이 넘는 전·현직 관리 인터뷰, 방위 백서 등 각종 보고서와 극비 문서를 파헤쳤다. 최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달라진 미국의 진정한 속내를 바라보기 위해서다. 한반도는 미국 동북아 안보 전략의 중심지인지, 한국의 핵무장은 가능하지, 주한미군은 한국 방어만을 위해 존재하는 군대인지 등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미국의 태도 변화는 그만큼 한국의 몸집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이 더 많은 부담 분담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동안 우리는 ‘한미 간의 혈맹’을 근거로 미국의 한국 보호를 주장했지만, 이제는 반대로 미국이 70여 년 전 미국 젊은이들이 한국을 위해 피 흘린 대가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한반도 중심 논리에서 벗어나 미국의 시선으로 우리가 맞닥뜨린 외교 안보의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한국에 원하는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미국의 본심에 대응해 우리는 어떤 준비와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