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마이너스 금리' 마침표 찍나…환율 1290원대 숨고르기[주간외환전망]

by이정윤 기자
2023.12.17 07:00:00

지난주 비둘기 FOMC에 환율 24원 급락
19일 BOJ 통화정책회의서 YCC 정책 유지할 듯
다만 ‘금리 정상화’ 시그널 표출 시장 관건
美 주택지표·PCE 물가 발표…금리인하 속도 조절
“달러 약세·연말 네고에 환율 1290원 지지선 역할”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지난주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소화하며 급하게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번 주에는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 이어 유럽, 일본, 중국 등 각국의 통화정책 기조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며 환율의 제한적인 등락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주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에 대한 결정과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을 주시해야 한다.

지난주 환율은 12월 FOMC 전과 후로 흐름이 나뉜다. 주초엔 그간 과도한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과 매파적인 FOMC에 대한 경계감으로 환율은 1310원대에서 큰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았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시장의 기대에 부응해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배제하고 내년 금리인하에 초점을 뒀다. 내년 금리인하 횟수도 기존 2회에서 3회로 확대했다. 이에 환율은 24.5원 급락하며 1290원대로 들어섰다.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01까지 하락하며 4개월여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8년째 마이너스 금리(-0.1%) 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은 미국과 달리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해 이후 물가상승률이 3~4%대까지 오르면서 장기 저물가 국면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고 있어서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지난 7일 “임금 및 물가 상승의 선순환이 확실해지면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시야에 넣을 수 있다”고 말해, 긴축 전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이에 엔화는 급격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140엔 후반대에서 머물던 달러·엔 환율은 이 발언 이후 140엔까지 내렸다.

BOJ는 2016년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도입해 10년물 국채금리 상한선을 정해 놓고 시장 금리가 이보다 높아지면 BOJ가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낮춰왔다. 지난 10월에는 단기금리를 연 -0.10%로 묶어 두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상한(1%)을 초과하더라도 일정 수준 용인하기로 했다.

오는 19일 예정된 BOJ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선 대체적으로 현재 YCC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관망하고 있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기업들의 임금 인상률이 확정되는 내년 봄 이후 일본의 통화 정책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엔화 가치 절하에 대한 부담이 비둘기파적인 FOMC와 함께 대폭 완화됐기 때문에 빠른 정책 변경을 선택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그간 12월에 통화정책 변화가 있었던 만큼 이달에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가시적인 정책 변경이 없더라도 금리 정상화에 대한 시그널을 얼마나 표출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만약 긴축으로 돌아서거나 금리인상 발언이 나온다면 엔화는 강세를 보이며 환율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달러화, 유로화와 함께 세계 3대 기축통화로 꼽히는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BOJ 고비를 넘기면 거래량이 줄며 시장이 한산해지는 연말 장세 연출할 것으로 보여, 이는 환율이 힘없이 흘러내릴 수 있는 환경”이라며 “BOJ는 기대가 교차하나, 원화 약세를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주엔 미국 주택경기지표와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등의 향방에 따라 그간 선반영된 금리인하 기대감이 조정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발표되는 미국 11월 주택지표는 완만한 개선이 기대된다. 지난달 주택건축허가 건수는 146만건으로 예상돼, 전월 148만7000건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달 주택착공건수도 136만건으로 전월 137만2000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트한 주택 공급으로 실수요가 유효한 가운데 11월부터 본격화된 시장금리 하락이 회복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2일에는 미국 소득과 소비, 물가 지표들이 쏟아진다. 양호한 고용 여건으로 미국 11월 개인소득과 소비는 전월대비 각각 0.4%, 0.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월(각각 0.2%) 수준에서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PCE 물가와 근원 PCE 물가 지수는 전월대비 각각 2.8%, 3.4% 증가에 그치며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3.0%, 3.5%보다 하락한 것이다.

당분간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위험선호와 환율의 하락 압력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형성할 듯하다. 다만 시장이 피봇(정책 전환) 기대를 빠르게 선반영한 가운데 FOMC 이벤트를 소화한 만큼 원화 환율이 1280원대 아래로 내려오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그간 달러 약세 속도감이 있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반등할 여지가 있다”며 “이번주도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연말 네고(달러 매도)로 인해 환율은 1290원 지지선 안에서 움직일 듯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1290원이 1년 동안의 추세선 하단이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환율이 떨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주 환율은 1300원 내외에서 상방경직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연준의 피봇 기대에 따른 달러 약세와 맞물려 위험선호 심리가 우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조업 관련 지표의 부진이 확인될 경우 펀더멘탈 우려에 원화 강세가 제약될 가능성이 공존한다”고 내다봤다.

사진=NH투자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