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렉라자, 2차→1차 치료제 순서로 FDA 허가 가능성…내년 마일스톤 기대
by김진수 기자
2023.09.27 13:35:27
1차 치료제 연구 ‘LASER-301’과 ‘MARIPOSA’, 2차 ‘MARIPOSA-2’ 진행 중
현재 마땅한 2차 치료제 없어 2차로 허가 후 이어 1차 허가받을 것으로 예상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유한양행(000100)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국내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2차 치료제로 우선 품목허가를 받은 후 1차 치료제로 추가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통한 기술료 유입이 기대된다.
22일 유한양행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렉라자 관련 주요 임상 중 1차 치료제를 목표로 한 연구 ‘LASER-301’과 ‘MARIPOSA’, 2차 치료제 허가를 위한 연구 ‘MARIPOSA-2’가 곧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 중 LASER-301은 유한양행이, MARIPOSA와 MARIPOSA-2 연구는 파트너사인 얀센이 각각 주도적으로 진행 중인 연구다.
LASER-301 연구는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활성 EGFR 돌연변이(엑손19 결손 돌연변이 또는 엑손21 치환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환자에게 렉라자 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1세대 EGFR-TKI(인산화효소 억제제) 치료제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를 투여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는 연구다. 현재 톱라인 결과까지 발표됐으며, 올해 최종 데이터 발표를 앞두고 있다.
| 유한양행 렉라자를 활용한 MARIPOSA와 MARIPOSA-2 임상 디자인. (사진=유한양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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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데이터는 매우 긍정적이다. 렉라자는 종양 진행 혹은 사망까지의 시간을 나타내는 PFS(무진행생존기간) 중간값이 20.6개월로 집계됐다. 경쟁약물인 이레사 9.7개월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또 다른 렉라자 1차 치료제 개발 연구 MARIPOSA 임상에서는 대상자를 렉라자 단독요법군,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군, 타그리소 단독요법군으로 나눠 치료효과를 확인 중이다. 관련 임상 데이터는 내달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MARIPOSA-2 임상은 현재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1차로 사용되는 ‘타그리소’ 투여에도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는 환자 690명을 대상으로 한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를 병용 투여하는 2차 치료제 연구며 역시 임상이 진행 중에 있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임상으로 진행되는 LASER-301, MARIPOSA, MARIPOSA-2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FDA 품목허가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3가지 임상은 진행 속도에 큰 차이가 없고 비슷한 시기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품목허가가 1차 치료제로 될지 2차 치료제로 이뤄질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1차 치료제의 경우 2차 치료제보다 먼저 환자에게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장 규모가 더 크고 경제성도 높다.
렉라자는 1차 치료제 또는 2차 치료제 허가 모두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렉라자가 먼저 2차 치료제로 FDA 품목허가 받은 뒤 추후에 1차 치료제로 승인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타그리소를 투여 받았음에도 불응하는 경우 이후 처방할 마땅한 2차 치료제가 없다는 상황 때문이다. FDA에서도 치료 옵션이 부재한 영역을 더 고려할 수 밖에 없고, 이에 2차 치료제 임상 데이터에 우선심사 등 빠른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렉라자는 2021년 1월 EGFR T790M 변이가 발생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2차 치료제로 먼저 조건부 허가받은 뒤 이어 올해 6월 1차 치료제로 승인된 바 있다.
아직까지 1차 치료제 임상 결과로 허가를 신청할지 또는 2차 치료제 임상 결과로 품목허가를 신청할지는 결정된 것이 없지만 현재 LASER-301 임상 등을 통해 톱라인 결과가 나온 것이 있기 때문에 바로 1차 치료제로 승인 받을 가능성도 있다.
2차 치료제로 먼저 허가 받은 후 1차 치료제로 허가 받는 경우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2차 치료제로 활용되면서 의료진들에게 신뢰를 쌓았다는 점에서는 1차 치료제로 승인 받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과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를 대상으로 렉라자 권리를 12억55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에 기술수출한 바 있다. 현재까지 수령한 기술료는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다.
렉라자가 비소세포폐암에 대해 1차 또는 2차 치료제로 FDA 품목허가 받는 경우,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품목허가에 대한 기술료를 추가 수령한다. 현재 임상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기술료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과 얀센의 기술이전 계약의 세부 내용은 비공개 상태인데, 업계에서는 렉라자가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으면 유한양행이 얀센으로부터 1억달러(약 1330억원) 가량의 금액을 추가로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으로 판매되면 획득할 수 있는 ‘판매 마일스톤’도 있다. 판매 마일스톤의 경우 FDA 품목허가에서 몇 차 치료제 허가 받느냐에 따라 시점이 달라질 전망이다. 1차 치료제 시장 규모가 2차 치료제 시장보다 더 큰 만큼 1차 치료제로 허가 받았을 때 더 빨리 계약된 판매액에 도달할 수 있다. 이밖에 상업화 이후 판매액에 대비해 수령하는 ‘판매 로열티’가 별도로 계약돼 있어 이를 통한 매출 확보도 가능하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마일스톤 구조상 상업화가 가까워 지거나 상업화 진행이 많이 될수록 기술료 금액이 커진다”며 “1차 치료제 허가 이후에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료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