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08.07 05:00:00
‘대장동 50억 클럽’ 명단 공개 1년 10개월 만에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 3일 구속 수감됐다.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시절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청탁과 함께 200억원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6월 말 기각됐던 구속영장이 이번에 발부된 건 국회에서 50억 클럽 특검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 2월 박 전 특검이 증거 인멸을 위해 휴대폰을 망치로 훼손한 단서가 포착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검찰 최고위직을 지낸 인물이 파렴치한 잡범처럼 꼼수를 쓰다 제 발목을 잡은 셈이다.
박 전 특검은 부정부패 척결의 사령탑인 대검 중수부장 출신이다. 특히 2016년 12월 특별검사를 맡아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50여명을 기소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엄정해야 할 사람이 여느 부패 사범과 다를 바 없는 범죄에 연루되고 구속까지 된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고 수치스럽다. 정의의 사도인 양 적폐청산에 앞장서며 정권의 정적들을 무자비하게 단죄했던 그로선 사사로운 명예욕을 위해 특검직을 활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 전 특검의 구속에도 50억 클럽 수사는 갈 길이 멀다. ‘재판거래’ 의혹 당사자인 권순일 전 대법관 수사는 2021년 말 두 차례 소환 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수원지검장 시절 ‘이석기 내란 선동 사건’ 당시 김만배씨의 청탁으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수사 대상에서 빼준 의혹을 받고 있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도 감감무소식이다. 아들을 통해 50억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보강 수사도 필요하다.
50억 클럽 의혹은 단순 부패사건이 아니다. 검찰총장, 특검, 대법관 등 법조계의 최고위직 인사들이 연루된 법치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몽그작대다 국회가 지난 4월 관련 특검법을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후에야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오는 12월 법안이 통과되면 수사 주도권은 특검으로 넘어가는 만큼 검찰은 남은 기간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한다. 50억 클럽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으면 대장동 사건의 실체 규명부터 요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