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2차전지 ‘소·부·장’ 주시…중소형株 시간 온다
by양지윤 기자
2023.07.25 00:00:54
반도체·2차전지 두 달간 상승랠리했는데
반도체 장비기업 피에스케이홀딩스 131%↑
2차전지 장비기업 윤성에프엔씨도 59%↑
이젠 같은 업종 내 덜 오른 중소형주로 이동
“경기 2분기가 저점…주도 업종 모멘텀 지속”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국내 반도체·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두 달여 사이 가파르게 달리고 있다. 최근 2차전지, 인공지능(AI) 관련 대형주들의 가격 부담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올랐던 소·부·장 종목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와 AI 관련 종목이 주도하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격 부담이 적은 중소형 소·부·장 관련 종목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조언했다.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반도체 후공정 표면처리 전문 장비기업인 피에스케이홀딩스(031980) 주가는 지난달 초부터 이날까지 한 달간 131.02% 상승했다. 반도체용 화학약품 중앙공급시스템과 세정·에칭·검사 장비 등을 생산하는 에스티아이(039440)도 125.74% 상승했다.
주성엔지니어링(036930)(40.08%), 하나마이크론(067310)(19.47%), HPSP(403870)(26.56%), 파크시스템스(140860)(11.98%), 솔브레인(357780)(16.70%) 등도 두 자릿수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1.40%), SK하이닉스(000660)(4.97%)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2차전지 소·부·장 종목 역시 강세를 이어갔다. 윤성에프앤씨(372170)가 59.03% 오른 것을 포함해 성일하이텍(365340)(5.31%), 피앤티(54.01%), 대주전자재료(078600)(15.31%) 등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AI와 빅테크, 한국의 2차전지 등 국내외 증시의 주도주 흐름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 이 전고점 수준에 다가서고 있지만, 쏠림 현상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미국에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7개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67% 올랐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연초 대비 6%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국내 증시에서도 2차전지주 활약이 두드러진다. KRX300 종목 가운데 2차전지 테마를 제외하면 연초 이후 8.4% 올랐다. 반면 에코프로그룹 3개사는 400% 넘게 급등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2차전지와 함께 쌍두마차 역할을 하는 제약·바이오 이외에 다른 업종들의 경우 시장에서 이렇다할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말 이후 글로벌 증시가 오르는 과정에서 낙관론이 팽배해지고 있지만, 호재에 둔감해질 수 있는 수준에 다가섰다”면서 “낙관론이 강해지는 구간에서 주가 고점을 형성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허 연구원은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증시가 주춤해져도 추세에 대한 경계를 드러낼 시점은 아니다”며 최근 소·부·장 종목들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지난 5~6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조선, 철강, 화학,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업종이 상승세를 보였다. 이중 철강, 화학 업종은 본업보다 2차전지 소재·장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며 주가를 밀어 올렸다.
특히 6월 이후에는 반도체 테마보다 반도체 소·부·장, 2차전지보다 2차전지 소·부·장 업체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주들의 가파른 상승세에 가격 부담이 이어지자 같은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오르거나 주가 모멘텀이 뚜렷한 종목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관련 업종의 수출 실적이 저점을 통과한 점도 소·부·장 종목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2차전지 기업의 실적이 회복되면 관련 소재와 부품 장비 등의 수요가 늘어 소·부·장주도 함께 수혜를 받기 때문이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수출동향을 통해 2개월 연속 단가와 물량이 전월대비 개선되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을 시사했고, 자동차·철강·기계·2차전지 등도 양호한 수출 흐름이 확인됐다”면서 “국내 경기는 지난 분기에 저점을 통과했다고 보는데, 최악의 국면을 통과한 반도체 업황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완화 등이 하반기 반등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