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차' 표절? 김건희 논문 떠올려보면"..."尹도 웃을 것"
by박지혜 기자
2022.10.05 00:10:31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등학생의 만화 ‘윤석열차’를 두고 4일 국정 감사에서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윤석열차’가 부천 국제만화축제에 전시된 것을 놓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한 일이 거론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문체부에서 정치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 학생이 2019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비판하는 정책 카툰을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사 풍자만화가 표절이냐 아니냐 시비가 있는데,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떠올려보면 이 만화는 완전한 창작으로 보인다”며 “어떤 고등학생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권력자 부인에겐 너그럽다 못 해 한없이 관용적인 태도”라고 맞받았다.
같은 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무조정실·국무총리 비서실 국정감사에서도 ‘윤석열차’가 화면에 띄워졌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라며 “학생이 정치적 색깔을 너무 드러낸 그림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그림 자체가 얼마나 현실을 오도하고 왜곡하고 대통령 말씀이 왜곡되고 비속어를 억지로 끼워 넣는 식이냐”라며 “학생 만화 공모를 주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부천시 소속이지만 국가 예산 102억 원이 지원되는 곳이다. 저런 행사에서 저런 그림이 학생들에 의해 그려지는 대한민국 현실,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치 9단’ 박지원 국가정보원 전 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학생이 ‘윤석열차’ 만화 공모전에 수상하고 전시하니 문체부에서 법석”이라며 “문체부 후배들! 우리가 청소년 업무를 하면서 끼를 살리자고 했잖아. 만화는 만화로 보고 청소년 창작욕과 끼를 살린다는 의미에서 그만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께서도 어허 하고 웃으실 거야”라고 덧붙였다.
|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표현의 자유 관련 질의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뉴스1) |
|
‘윤석열차’에는 윤 대통령 얼굴을 형상화한 열차를 부인 김건희 여사로 보이는 여성이 운전하고, 객실에는 칼을 휘두르는 검사들의 모습이 담겼다.
이 만화는 최근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부천국제만화축제를 통해 전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문체부가 이날 이 만화에 상을 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정치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했다”는 이유로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20일 유엔총회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21번 사용한 윤 대통령의 연설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패러디’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만평에 종종 쓰이는 패러디 수준이라는 것이다.
유 의원이 언급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비판 카툰도 영국의 인기 TV 프로그램 ‘토마스와 친구들’의 토마스 기차가 원작으로, 이를 패러디한 다른 외국 만평들이 SNS에 올라왔다.
이 가운데 문체부는 이날 오후 추가 자료를 내고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이 후원명칭 사용 승인 사항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만화영상진흥원이 후원명칭 사용 승인 요청을 할 당시 제출한 공모전 계획은 △작품의 응모자가 불분명하거나 표절·도용·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경우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 △응모요강 기준(규격, 분량)에 미달된 경우 △과도한 선정성·폭력성을 띤 경우를 결격 사유로 정하고 있다.
문체부는 “실제 공모요강에서는 이 같은 결격사항이 누락됐고, 심사위원에게 결격사항이 공지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또한 미발표된 순수창작품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검토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했다. 따라서 만화영상진흥원은 당초 승인 사항을 결정적으로 위반해 공모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체부 후원명칭 사용 승인에 관한 규정 제9조 제1항 ‘승인한 사항을 위반하여 후원명칭을 사용한 것’에 해당하는 승인 취소 사유”라며 “문체부는 규정에 따라 신속히 관련 조치를 엄정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석열차’와 관련, “저희가 따로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풍자만화에 대해 “부처에서 대응했다면 그것을 참고해주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