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이 반한 '낙화암', BTS RM이 반한 '말'[아트&머니]
by오현주 기자
2022.07.18 00:01:01
△하반기 첫 메이저 경매 화제작
대구가는 서울옥션, 연고지 김구림 '음양'
정선 그림, 이병연 글씨 '낙화암' 최고 3억
케이옥션, 권진규 '마두' 최고 4억 추정해
거장 유영국 원숙기작품 붉은 '워크' 눈길
7월 경매에 총 230여점 182억원어치 출품
| 겸재 정선이 그린 ‘낙화암’(연도미상·왼쪽). 이 그림에 사천 이병연과 관아재 조영석이 화제를 써서 위·아래로 붙인 족자가 26일 서울옥션 ‘대구세일’에 나온다. 추정가는 1억 7000만∼3억원이다. ‘한국추상미술의 1세대’ 유영국의 완숙기 작품으로 붉은 색조만으로 그려낸 산 풍경 ‘워크’(1979)는 추정가는 3억∼4억원을 달고 20일 케이옥션 ‘7월 경매’에 나선다(사진=서울옥션·케이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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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지난 여섯 달 그림장사가 잘됐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딱히 뭐가 낫다고 할 것도 없이 꽉 막혀 있는 투자 적신호에 미술시장은 잘 피해 간 듯 보이니 말이다. 올해 상반기 미술시장에서 크고 작은 작품들이 얼마나 팔렸나를 합산해 보니 대략 5329억원이란 큰 수치가 나왔다. 올해 말 한국미술시장 규모가 1조원을 찍을 것이란 예측치는 여기서 나왔다. 하반기 미술시장을 최소한 상반기만큼 유지할 수 있다면 1조원대 진입이 무난하다는 계산인 거다.
상반기 5329억원에는 화랑에서 거래한 2450억원이 가장 크다. 이어 경매시장에서 1450억원어치, 아트페어에서 1429억원어치의 순이다. 이 중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내놓은 경매시장의 통계는 앞서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1446억원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어떤 집계로 보더라도 미술시장을 들끓게 했던 지난해 1438억원보다는 늘어난 수치다. 지난 한 해 경매시장은 상반기 이 수치에 힘입어 3242억원(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통계 3294억원)이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더랬다.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더 큰 1792억원(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통계 1848억원)어치가 팔렸던 거다.
올해 상반기 결산을 뒤로한 채 연말 1조원 미술시장을 가늠할 하반기 경매가 열린다. 국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한 주 간격으로 여는 7월 경매에는 230여점 182억원어치가 나선다.
| 무라카미 다카시의 ‘컬러풀 플라워: 해피’(2019·120×120㎝). 무라카미의 대표 콘셉트인 미소 짓는 꽃 그림이다. 26일 서울옥션 ‘대구세일’에 추정가는4억 5000만∼7억원으로 출품했다(사진=서울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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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경매가 매회 열어온 경매와 다른 점이라면 서울옥션이 서울을 떠나 대구로 장을 옮긴다는 데 있다. 26일 대구 동구 신천동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서 여는 ‘대구세일’이다.
서울옥션이 대구에서 대형 오프라인 경매를 진행하는 건 지난해 7월의 ‘대구경매’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156점 140억원어치를 출품했던 대구장의 결과가 좋았다. 낙찰총액 131억원, 낙찰률 94%를 쓰고 올라왔으니까.
이번 ‘대구세일’에는 규모를 조금 줄인 117점 100억원어치를 내놓는다. 경매에 나서는 최고가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93)의 ‘과일’(Fruit·1992). 붉은 그물망을 배경으로 과일그릇을 놓고 그 위에 배·오렌지 등을 올린 15.8×22.7㎝의 소품이 추정가 7억 4000만∼11억원을 달고 새주인을 찾는다.
| 쿠사마 야요이(93)의 ‘과일’(Fruit·1992·15.8×22.7㎝). 붉은 그물망을 배경으로 과일그릇을 놓고 그 위에 배·오렌지 등을 올렸다. 26일 서울옥션 ‘대구세일’에서 추정가 7억 4000만∼11억원을 달고 새주인을 찾는다(사진=서울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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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세일’에서 도드라진 특징이라면 지난해에 이어 대구·경북지역을 연고로 활약한 혹은 거점으로 활약하는 원로·중견 근현대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배치한 점이다. 그중 최근 미술시장에서 눈여겨볼 작가로 꼽히고 있는 ‘한국 전위예술의 선구자’ 김구림(86)이 선두로 나선다. 캔버스에 아크릴·콜라주, 디지털프린트까지 겸한 ‘음양 8-S, 8’(2008·80×100㎝)이 추정가 7000만∼1억 2000만원에 나왔다.
대구·경북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곽인식(1919∼1988)의 작품도 보인다. 돌멩이나 깨진 유리, 찢어진 종이나 긁힌 동판도 미학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물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탐구했던 그이의 회화작업 중 ‘워크 86-Y’(1986·97.0×118.0㎝)가 출품했다. 추정가 2000만∼3500만원이다. 이외에도 변미영(59)의 ‘유산수’(2021·73.4×50.0㎝)가 추정가 300만∼600만원에, 김종언(57)의 ‘밤새… 서산동’(2021·65.1×90.9㎝)이 500만∼900만원을 달고 나선다.
| 김구림의 ‘음양 8-S, 8’(2008·80×100㎝). 26일 서울옥션 ‘대구세일’에서 소개하는 대구·경북지역 연고의 작가 중 선두로 나선다. 추정가 7000만∼1억 2000만원(사진=서울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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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림의 ‘음양 8-S, 30’(2008·80.3×100㎝). 서울옥션 출품작과 같은 시기, 같은 크기 같은 방식으로 제작한 또 하나의 ‘음양’이 20일 케이옥션 ‘7월 경매’에 나선다. 추정가도 7000만∼1억 2000만원로 같다(사진=케이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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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고미술품 부문에서 수작이 눈길을 끈다.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림을 그리고 사천 이병연(1671∼1751)이 글씨를 쓴 족자 ‘낙화암’(연도미상·그림 23.1×32.8㎝, 글씨 위 17.4×33.2㎝, 아래 9.7×33.3㎝)이 그거다. 경남 합천 가야산의 명소 중 하나인 낙화암의 절경을, 겸재는 산세의 웅장함, 과장된 암석 등 실경산수로 화면을 가득 채워냈다. 이 그림에 가치를 더한 건 겸재와 절친이었다는 사천의 화제다. 화제는 그림 위아래로 나눠 달렸는데, 사천의 화제는 윗부분에 올렸고 아래는 관아재 조영석(1686∼1761)의 것으로 추정한다. 추정가는 1억 7000만∼3억원이다.
| 겸재 정선이 그린 ‘낙화암’(연도미상)에 붙어있는 사천 이병연과 관아재 조영석이 쓴 글씨. 그림에 두 화제를 위·아래로 붙인 족자가 26일 서울옥션 ‘대구세일’에 추정가는 1억 7000만∼3억원을 달고 나선다(사진=서울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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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여럿이다. 일본 대중문화와 팝아트를 연결하는 행보로 세계 미술시장에 오르내리는 일본작가 무라카미 다카시(60)의 대표 콘셉트인 미소 짓는 꽃이 나왔다. ‘컬러풀 플라워: 해피’(2019·120×120㎝)란 타이틀을 단 작품의 추정가는 4억 5000만∼7억원. 스페인작가 조르디 리베스(50)는 ‘더 그린 프레젠트’(2021·162.0×130.0㎝)란 회화작품으로 국내 경매시장에 데뷔한다. 만화적 상상력에 서사를 입혀, 깔끔한 선과 뚜렷한 색감으로 표현한 작품은 추정가 1억원∼1억 7000만원을 달고 응찰을 기다린다.
| 조르디 리베스의 ‘더 그린 프레젠트’(2021·162.0×130.0㎝).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가 국내 경매시장에 내놓는 첫 원화작품이다. 26일 서울옥션 ‘대구세일’에 출품한다. 추정가는 1억원∼1억 7000만원이다(사진=서울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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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보다 한 주 앞선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여는 케이옥션 ‘7월 경매’는 116점 82억원어치를 내놓는다.
조각이란 희소성에다가 작가적 상징성까지 더해 단연 기대를 끄는 작품은 권진규(1922∼1973)의 ‘마두’(1965·46×24×44.5㎝)다. 테라코타 위에 컬러를 입혀 말머리를 형상화한 작품은 고대 토우를 연상케 한다. 흙을 소재로 한 테라코타도, 평생 매력에 빠져 여러 점을 빚어냈다는 말 조각도 모두 작가를 상징해온 재료이자 소재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적잖다. 언제부턴가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RM이 그 ‘말 조각’ 중 한 점을 소장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번 ‘마두’의 응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추정가는 2억 2000만∼4억원.
| 권진규의 ‘마두’(1965·46×24×44.5㎝). 작가를 상징하는 테라코타 말 머리 조각이 케이옥션 ‘7월 경매’에 추정가 2억 2000만원∼4억원을 달고 새주인을 찾는다(사진=케이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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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와 더불어 한국추상미술을 다져낸 1세대로 꼽히는 유영국(1916∼2002)의 원숙기 작품인 붉은 산도 시선을 끈다. 1964년부터 타계할 때까지 빨강·파랑·노랑을 기조색으로 이 땅의 산하를 마치 도형처럼 간결하게 표현했던 작가가 오로지 빨간색 하나만을 녹여 완성한 산 풍경 ‘워크’(1979·53×65.1㎝)다. 추정가 3억∼4억원을 달고 새주인을 찾는다.
해외 작가로는 영국 출신의 플로라 유크노비치(32)가 도드라진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이미 세계 미술시장이 눈독을 들이는 작가로 부상 중인데, 그리기보단 뭉갠 듯 독특하게 구사하는 추상화법이 특징이다. 이번 경매에는 종이에 오일을 올린 ‘스터디 22’(2018·21×15.8cm)가 1억∼1억 8000만원을 걸고 나와 컬렉터들을 고민케 하고 있다.
|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스터디 22’(2018·21×15.8cm). 세계 미술시장에서 부상 중인 30대 작가가 종이에 그린 독특한 추상화가 케이옥션 ‘7월 경매’에 나선다. 추정가는 1억∼1억 8000만원이다(사진=케이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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