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과 살아가기] 혈압은 왜 잴때마다 다른가요
by이순용 기자
2022.05.28 00:03:09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외래에서 환자분들께 인사를 나누고 처음 필자에게 건네는 종이는 혈압기록지다. 대부분 환자분들이 한번씩은 하시는 말씀이 밖에서 자동 혈압계로 잰 혈압은 잴 때 마다 틀려서 다시 수동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해 달라 하신다. 그렇지만 혈압은 잴 때 마다 다른게 맞는 말이다. 혈압은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 질환이기도 하므로 놀라거나 혹은 신경을 많이 쓰거나 운동을 하거나 짜게 먹거나 살이 찌면 당연히 혈압은 오르 내릴 수 있다.
혈압은 심부전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좌심실 기능이 감소하는 수축기 심부전과 이완기 심부전을 모두 일으킬 수 있어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환 중 하나 이다.
한국 고혈압 학회에서 발표한 2002년부터 2019년도까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2021년 고혈압 팩트 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의 28%가 고혈압으로 약 1200만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기준 20세 이상 연령 표준화 성인인구의 고혈압 유병률은 22%이며 이는 나이가 증가할수록 많아져서 6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고혈압 유병률이 50%를 넘어가 사회 경제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혈압은 과거에 비해 그 인지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혈압이 목표치 이내로 유지되고 있는 조절률은 44%에 머물고 있다.
혈압은 중요한 심장 질환인데 환자들은 이에 대해 너무 간과하거나 혹은 혈압약을 복용하는 경우 혈압 변화에 매우 민감해 잴 때 마다 다른게 측정되는 혈압을 걱정해 외래전 10개 이상의 종이를 내밀며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혈압은 잴 때 마다 다른게 정상이며 처해진 상황이나 장소, 때에 따라 일시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특징이 있다.
진료실혈압은 측정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혈압이 실제 수치와 다르게 측정될 수 있으며, 활동혈압은 시간별 혈압 변화를 알 수 있지만 24시간 동안 측정 장치를 착용하는 불편함이 있어 오히려 저녁에 환자들이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외래에서 잰 혈압이 정상이지만 집에서 잰 혈압은 오히려 높은 경우 가면 고혈압인 경우가 있고 이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예후가 더 나쁠 수 있기 때문에 혈압은 가정혈압을 아침 저녁으로 살펴 그 추이를 살펴 보는 것이 좋다.
혈압은 의료진이 직접 재는 청진을 이용한 측정법과 기계를 이용한 측정법이 있는데 심방세동 등이 있어 기계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진을 이용한 측정법과 기계를 이용한 측정법은 원칙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집에서 자동 혈압계로 측정하는 혈압은 병원에서 측정하는 것과 약 5mmhg 정도의 오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것은 혈압계의 오차뿐 아니라 병원이라는 환경에서 오는 긴장등의 요소가 더해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어떤 환자들은 병원에 오면 혈압이 가정에서 재는 것보다 훨씬 더 높게 나오기도 하고 혹은 편안함에 적게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반드시 혈압약을 먹기 전에 가정혈압을 재 보고 심장 초음파를 시행하여 심장의 기능과 심장 벽의 두께를 확인하며 소변검사상 단백뇨가 없는지 유무를 살피게 된다. 병원에서 잰 혈압은 높지 않았지만 사실 가정에서 잰 혈압은 높고 소변에서는 미세 단백뇨가 나오고 있다면 이는 평소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았던 환자로 평가 할 수 있고 약물을 조정 받아야 한다.
정확한 가정혈압 측정의 핵심은 ‘동일한 혈압계로 하루 두 번, 올바른 방법과 자세로 측정하는 것’이다. 정확한 혈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침 2회, 저녁 2회씩 측정해야 한다. 아침 혈압은 기상 후 1시간 이내, 아침식사와 약물 복용 전에 화장실을 다녀온 뒤 5분간 휴식 후에 측정한다. 저녁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화장실에 다녀온 후 측정한다. 측정 전 30분 이내에는 흡연 및 카페인 섭취를 하지 않는게 좋은데 이는 맥이 빨라질 수 있어서다.
커프(압박대)의 위치는 심장의 높이와 같아야 하며(팔꿈치 안쪽에서 2~3cm 위), 손가락 1~2개 정도가 들어갈 수 있도록 여유를 준다. 커프는 되도록 맨팔이나 얇은 옷 위에 감는 것이 좋으며 손바닥은 위로 향하고, 팔꿈치는 테이블 바닥에 대고 긴장을 풀어준다. 측정 버튼을 누른 후에는 측정이 완료되기 전까지 움직이거나 말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자신의 팔보다 더 큰 커프를 사용하게 되면 혈압이 낮게 나올수 있고 더 작은 커프를 사용하면 혈압이 높게 나올 수 있어 커프도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인 혈압의 기준은 수축기 140mmHg 이상 이완기 90mmHg 이상일 경우를 이야기 하는데 환자가 젊을수록 그리고 위약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혈압은 좀 더 낮게 조절하면 예후가 좋은 것으로 되어 있고 당뇨나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좀 더 낮게 130/80mmHg을 목표로 조절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되어 있다. 가정 혈압은 진료실 혈압 보다 낮아 135/85mmHg 이하로 조절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울러 혈압 환자들은 처음에 혈압 진단후 약을 계속 드시는 것에 대해 자주 물으시는데 대부분의 혈압약은 장기간 사용에도 큰 부작용이 없는 약들로 이루어져 있고 혈압 조절이 안되면서 발생하는 심부전이나 중풍을 예방하기 위해 혈압이 있을경우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체중이 과도하게 나가거나 혹은 수면 무호흡 등이 있거나 혹은 부신에 기능항진에 따른 이차성 고혈압이 있는 경우 그 원인을 조절해 주면 호전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생활 습관 교정이 철저히 이루어지고 적정한 체중을 유지해야 하며 젊은 나이에 발생한 고혈압, 다른 가족력이 없는데 발생한 고혈압 혹은 3개 이상의 약물 조절에도 호전되지 않는 고혈압이 있다면 다른 원인을 반드시 찾아 보고 교정을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한국 의료에서는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3에서 5분뿐 되지 않고 그 사이에 환자에게 많은 것들을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자신의 병에 대해 잘 알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압은 가장 유병율이 높은 심장 질환 중에 하나이며 심부전과 중풍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기본적으로 가정 혈압측정을 제대로 하고 음식을 골고루 먹으며 적당한 운동과 체중 조절과 함께 필요시 약물 복용을 하고 자신이 먹는 약을 잘 알고 있는 것이 필요하겠다.